“뉴스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불안증 다스리려면 이렇게 해보시길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뉴스 보기가 겁나는 세상이다. 계엄, 대규모 시위, 탄핵, 그리고 혼란스러운 정국…. 초현실적인 사건이 최근 몇 주 사이에 연거푸 터져 나오고 있다. 뜻밖에 안 좋은 일이 벌어지면 인간은 누구나 심란할 수밖에 없다.
주위에는 “마음이 어수선하고 상당히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불안증이 찾아올 수 있다. 사실 불안증은 알아채기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한 상태, 즉 불안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다거나 피곤하게 느껴지는 등의 증상은 보통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불안증 알리는 경고 신호는?
불안증에 걸리면 신체에 여러 가지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우선 오한과 발한 증상이 있다. 불안하면 ‘투쟁-도피 반응’이 일어나면서 우리 몸은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체온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뇌 영역인 시상하부가 불안 장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기가 느껴져 오슬오슬 떨리거나, 반대로 덥고 땀이 날 수도 있다.
심장박동이 치솟을 수도 있다. 불안감은 우리 몸 안에 내장된 ‘경보 장치’로 볼 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의 편도체라는 영역은 위협적인 상황을 감지했을 때 이 경보 장치를 울린다.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을 대량 분비시켜 ‘투쟁-도피 반응’을 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돕는다.
이러한 일련의 반응은 심장박동 수(심박수)와 혈압을 증가시키고, 가슴이 빠르게 뛰게 만든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안전을 위한 필수 반응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고 신호가 특별히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작동할 때다.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일시적인 반응에 머물러야 할 이 같은 경보음이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반복해 울리는 문제점이 있다.
숨이 가쁘고 변비나 설사, 구토,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장과 폐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인데 불안증으로 인해 심박수가 갑자기 빨라지면 폐는 산소 공급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
공황 발작처럼 극심한 불안 장애를 느낄 때 호흡이 매우 가빠지는 이유다. 불안증은 소화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이 불안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할 때는 혈류가 근육, 시력, 청력 등으로 집중된다. 이러한 신체 부위가 투쟁이나 도피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화기관은 투쟁-도피 반응의 중요도에 있어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 따라서 혈류가 소화관 쪽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않으면서 변비나 설사 등이 생길 수 있다. 긴장을 하면 배가 아프거나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설명된다.
불안증 누그러뜨리는 방법은?
그렇다면 이런 불안증은 어떻게 다스리는 게 좋을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들을 알아봤다.
하루 10분 유산소 운동=위에서 언급했듯이 불안증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신체 증상은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박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닥쳐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아드레날린 등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도 같이 분비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루 10분 정도만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해도 이런 증상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요가, 심호흡=요가는 활동적인 명상이다. 몸을 격렬하게 쓰는 운동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정적이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명상보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요가를 할 때 의식적으로 호흡과 몸동작에 집중하면 걱정거리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집중력과 기억력 강화, 뇌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요가의 기본인 심호흡도 불안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숨을 깊게 천천히 쉬면 부교감 신경계가 자극돼 정신이 안정되고 긴장이나 불안감이 줄어든다. 불안감이 엄습해오면 숨을 깊게 내쉬고 들이 쉬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좋다.
그 다음 5초간 숨을 참은 뒤 다시 내쉬며 마음속으로 11까지 센다. 그 후, 다시 7을 셀 때까지 숨을 들이쉬면 된다.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미술, 공예 활동=손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림 그리기나 공예는 스트레스를 풀고, 불안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자신의 에너지를 생산적인 활동에 쏟아 붓고, 아름다운 결과물을 창출해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창조적인 활동에 집중하면 불안감 역시 줄어든다.
산책=산책은 매우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 같지만 실내가 아닌 바깥에서 걷는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추운 겨울이니 만큼 옷, 장갑, 모자 등 방한 장구를 잘 갖추고 야외 활동을 해보자. 걸을 때는 호흡, 지형지물, 걸음걸이 등을 의식하며 걸어야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진다.
흥얼거리기=노래를 못해도 상관없다.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노래 혹은 멜로디를 흥얼거리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과 호흡이 있는 사람은 호흡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멍 때리기=불안은 두뇌가 스트레스에 지쳐서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럴 때는 머리를 식히고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따뜻한 곳에서 그냥 20분 정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편안히 있는 게 바람직하다.
주의 돌리기=불안증은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안 좋은 일이나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할 때 생긴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점점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때는 취미 활동을 함으로써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증 줄이는 건강식품=불안증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들도 있다. 요구르트, 녹차, 아몬드, 캐모마일, 연어, 강황, 바나나, 귀리, 달걀 등이다.
요구르트에는 건강한 박테리아로 불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한데. 이 유익균은 정신건강을 비롯해 건강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요구르트 같은 프로바이오틱스 함유 식품은 뇌의 신경 조직에 손상을 줘 불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산소나 신경 독소를 억제함으로써 정신 건강과 뇌기능을 개선시킨다.
녹차에는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이 성분은 뇌 건강과 불안증 감소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아몬드에는 불안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비타민E가 풍부하다.
연어에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향신료의 하나인 강황에는 뇌 건강을 증진시켜 불안 장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화합물인 커큐민이 많이 들어있다.
바나나와 귀리에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신체에서 세로토닌으로 전환돼 불안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달걀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은 정신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