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치매 신약 레켐비 처방 시작
다른 대형병원들도 약심위 심의중...곧 처방 나설 듯
초기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국내에서 처방되기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빅5' 병원들이 먼저 처방 채비를 하는 모습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6일부터 레켐비 처방을 시작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레켐비를 긴급 심의로 도입해 20일부터 처방에 나선다.
상급종합병원들은 병원 별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 심의를 거쳐 의약품을 도입한다. 시급하다고 판단할 경우, 세브란스병원처럼 긴급 승인을 받아 한시적으로 먼저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긴급으로 치료제를 사용해도 이후 정기적인 약심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른 빅5 병원들도 약심위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은 원내 약심위를 통과하고 가톨릭의료원 약심위를 남겨둔 상태다. 삼성서울병원은 약심위 심의를 대기 중이다.
레켐비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을 막아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임상연구 결과, 레켐비 투약 후 약 68%의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제거되었으며, 병 진행 속도는 평균 27% 감소하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레켐비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올해 5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적용 대상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부터 초기 치매 단계의 환자다. 치료 전 인지기능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을 통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검사, 아포지질단백질E(APOE) 유전자형 검사를 통해 적합성 평가 후 투약 여부가 결정된다.
약물은 2주마다 정맥 주사 형태로 투여되며, 치료 기간은 총 18개월이다. 질환의 특성상 완치보다는 진행 억제를 목표로 하며, 투여 후 뇌부종 및 뇌출혈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MRI 검사가 필요하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큰 전환점을 제시하는 치료제”라며 “서울아산병원은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알츠하이머병 관리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