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고 기침" 폐 딱딱해져 시한부된 42세女...아들도 낳았는데, 무슨 일?
지속적인 기침·호흡 곤란 겪은 뒤 말기 폐섬유증 진단, 이후 아들 낳아
말기 폐섬유증에 걸린 40대 영국 여성이 두 살배기 아들 덕분에 삶의 희망을 찾은 사연이 공개됐다.
영국 매체 더 미러에 따르면 영국 체셔주에 사는 피오나 힌튼(42)은 2017년부터 마른 기침과 숨 가쁨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계단 오르기 등 가벼운 활동을 할 때도 호흡이 어려웠고 기침이 나왔다. 그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 체력이 약한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증상은 계속 이어졌고 어지러움, 극심한 피로감 등도 동반됐다.
시간이 흘러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피오나는 2019년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말기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폐섬유증은 폐가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치료가 어렵고 완치법이 없기에 피오나는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받으며 삶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러던 중 2022년, 피오나 부부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다. 부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도했지만 다섯 번이나 실패했다. 한 번은 유산까지 했기에 아기를 갖는 것을 포기했으나 자연 임신에 성공했다. 물론 말기 폐섬유증을 앓는 피오나에게 임신 과정이 순조롭진 않았다. 호흡 곤란이 심해 휠체어까지 타야만 했지만 피오나는 2022년 10월 아들 해리를 무사히 낳았다.
아이를 얻은 기쁨도 잠시, 절망이 다시 찾아왔다. 2023년, 폐를 이식받지 않으면 앞으로 살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피오나는 폐 이식을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고 있다. 그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해리. 피오나는 “해리는 나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줬다”면서도 “아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들에게도 엄마가 필요하기에 함께 있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될지도 모른다”며 “아들이 커서 나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폐 딱딱해지면 호흡 곤란·기침·가래...감기와 다른 점은?
사연 속 여성이 앓는 폐섬유증은 우리 몸 전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에 염증이 생겨 굳어 폐의 용적이 감소하는 병이다. 폐가 딱딱해지면 호흡 곤란, 기침, 가래 등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병이 진행되면서 점점 숨을 쉬는 게 어려워진다. 특히 운동 등 격렬하게 움직일 때 증상이 심해지나 위 사연처럼 가벼운 활동에도 버거움을 느낄 수 있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우나 폐섬유증은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증상이 악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감기는 일주일에서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증상이 호전된다. 가래 색깔도 차이가 있다. 감기나 폐렴에 걸리면 가래 색이 노란 빛을 띤다. 폐섬유증 환자에게는 하얀 가래가 잘 발생한다.
근본적인 치료제 없어...폐 이식 대기 중 상태 악화할 수도
폐섬유증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벌집 모양 구멍이 생기면서 폐가 딱딱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 유해공기, 흡연, 금속·목재 먼지 등과 관계있다고 알려졌다.
위 사연에서도 알 수 있듯 폐섬유증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때문에 섬유화 진행을 늦춰 폐기능이 악화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위한 약물 등이 치료에 쓰인다. 폐 기능 악화가 심하고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는 위 사연처럼 폐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단, 이식 대상자 등록 후 폐 기증자가 나타나기까지 대기기간이 길고,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내에도 폐섬유증 환자 증가 추세, 폐 건강 관리법은?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섬유증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1만4000여 명이던 폐섬유증 환자가 2022년 2만여명으로 43% 늘었다.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병인 만큼 평소 폐 건강을 지키는 게 현명하다. 흡연자라면 금연하고, 분진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다면 방진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필히 착용해야 한다. 호흡기와 폐 건강을 위해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폐 기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