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면서 뇌 썩어가"...2024년 올해의 단어는 '이것', 왜?

옥스버드대 선정 2024년 올해의 단어는 '브레인 로트(brain rot)'... 온라인 콘텐츠 과소비로 인해 정신적·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현상

영국 옥스버드대학교 출판부는 일반인 3만7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옥스퍼드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로트(brain rot)'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로트(brain rot)'가 선정됐다. 우리말로 'rot'은 '썩다, 부패하다'를 의미하므로, 직역하면 '뇌의 썩음, 뇌 부패' 정도로 해석된다. 맥락에 따라 브레인 로트는 디지털 과소비로 인한 '뇌 기능 저하’ 혹은 '뇌의 쇠퇴'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영국 옥스버드대학교 출판부는 일반인 3만7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옥스퍼드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로트(brain rot)'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 언어 전문가들은 2024년 한 해 분위기와 세계적 대화를 반영하는 여섯 개의 단어를 먼저 꼽았다. 6개 단어에 대해 2주간 대중 투표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언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로트’를 최종 발표했다.

‘브레인 로트’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온라인 콘텐츠 과소비로 인해 정신적·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 단어가 선정된 것은 디지털 시대의 과도한 정보 소비와 그로 인한 부작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됐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 및 기타 온라인 콘텐츠를 끝없이 스크롤하는 행위가 실제로 우리의 뇌를 썩게 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행동 신경과학자이자 '멈추지 않는 뇌(Unstoppable Brain)'의 저자 카이라 보비넷 박사는 “시대적 흐름 속에 사람들은 갈수록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신이 혼미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깊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며 브레인 로트와 그 결과에 대한 인식도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뒤따르고 있다. 사람들이 관계 형성을 포함해 어떤 것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브레인 로트’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온라인 콘텐츠 과소비로 인해 정신적·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사진 출처=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
보비넷 박사에 따르면 특정 뇌 부위인 '하브눌라(habenula)'가 끝없이 스크롤링에 빠지게 되는 원인이다. 하브눌라는 시상(thalamus)과 뇌줄기(brainstem)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신경전달의 중요한 교차로 역할을 한다. 특히 보상과 처벌, 동기 부여, 감정 조절과 같은 여러 뇌 기능에 관여한다. 이 부위가 활성화되면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동기를 없앤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신 다른 일을 하게 되는, 이를테면 '둠 스크롤링(doom-scrolling)' 같은 행동의 중심이 바로 하브눌라에 의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긴 하루를 보낸 뒤 침대 위에서 소셜미디어를 스크롤링하면서 휴식을 보낸다. 자신은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해야 할 것을 회피하는 행동으로, 스크롤링에 머무는 행동은 하브눌라가 조절한다. 그는 “무언가를 회피하고 있다면 이 뇌 부위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인해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중독될 수 있으며, 하브눌라가 스크롤링을 멈추는 것을 매우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를 하려는 동기 부여가 멈추고, 그 동기가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보비넷 박사는 “모두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감을 느끼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동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브레인 로트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인 해결책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조정하고, 실험하고, 조금씩 바꿔가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 보비넷 박사의 조언이다. 그는 “인간은 매우 회복력이 강하다. 우리 몸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 그에 대해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사용자들을 기기에 묶어두기 위해 설계된 기기 제조업체와 콘텐츠 제작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마치 카지노의 슬롯머신을 이용해 사람들을 '카지노 안에 잡아두는 것' 처럼, 알고리즘을 만든 제작자들과 업계가 뇌 변연계를 이용해 교묘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옥스퍼드가 브레인 로트를 포함해 후보로 올린 나머지 다섯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드뮤어(demure): 단정하거나 얌전한 외모·행동, 혹은 지나친 과시·노출을 피한 의상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실시간 변동 가격제를 의미하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조정되는 것을 나타낸다.

△로맨타지(romantasy): 로맨스와 판타지 요소를 결합한 장르로, 연애와 판타지적 요소가 혼합된 작품을 지칭합니다.
△ 슬롭(slop):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온라인에서 생성된 저품질 콘텐츠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로어(lore): 특정 주제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구전되는 배경지식을 통칭하는 단어로, 이야기나 전통적인 지식을 의미한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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