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축구공 맞고 구토 하더니"...40대男 전신마비, 무슨 일?

공에 머리 맞고 구토·두통 겪은 후 뇌동맥류-지주막하출혈 진단

머리에 축구공을 맞은 40대 영국 남성이 전신 마비 상태에 빠진 사연이 공개됐다. 건강했던 이 남성은 직장동료와 축구 경기를 하던 중 축구공에 머리를 맞고 뇌동맥류, 지주막하출혈을 겪었다. 현재 남성은 걷기, 말하기, 음식물 섭취 등이 어려운 상태다. [사진=영국 매체 더선 보도 갈무리/PA]
머리에 축구공을 맞은 40대 영국 남성이 전신 마비 상태에 빠진 사연이 공개됐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영국 채드웰 히스에 사는 케렘 아칼린(47)은 작년 5월 18일 직장동료와 축구 경기를 하던 중 축구공에 머리를 맞았다. 집으로 돌아간 그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두통도 겪었다. 그의 아내 야세민 아칼린은 케렘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CT 검사 결과 케렘은 뇌동맥류가 발생한 상태였다. 뇌동맥류란 뇌동맥 일부가 약해져 해당 부분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케렘은 클립으로 문제되는 부위의 뇌혈관을 묶거나 조이는 수술을 받았다.

케렘은 5월 31일 퇴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월 1일, 운동 능력과 언어 능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할 때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말이 느려지고 구토가 나온 것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케렘의 뇌를 확인하니 뇌동맥류에 묶어둔 클립이 움직인 상태였다. 이후 케렘은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뇌 수술이 진행됐고, 두 달 뒤에도 수술은 한 번 더 이뤄졌다. 이후 케렘은 재활센터로 옮겨져 물리치료를 받고 지난 1월 퇴원했다. 퇴원 후에는 요양원에 입원해 회복에 집중했다.

여러 번의 수술을 받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 케렘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지난 6월에는 케렘의 뇌에 감염이 발생해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그의 아내는 “수술로 뇌에 삽입된 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뇌에 액체가 축적돼 감염이 생긴 것 같다”며 “결국 관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케렘은 전신이 마비돼 혼자서 걷거나 먹지도 못하는 상태다. 의식이 가끔씩만 돌아올 뿐이다. 야세민은 “남편은 매우 건강한 사람이었다”며 “항상 건강한 음식을 먹고 칼로리를 확인하고 운동을 꾸준히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는 말하기, 먹기, 걷기 등을 못하고 겨우 눈을 깜빡이거나 손에 힘을 주는 게 전부다”며 “하루 중 아주 잠깐만 의식이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 야세민은 튀르키예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계획 중이며 치료비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뇌졸중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뇌동맥류 나타난 후 발생 가능성 높아

사연 속 남성이 앓는 지주막하출혈은 뇌 표면 동맥이 손상돼 나타나는 병이다. 뇌졸중의 일종으로 뇌를 손상시킬 수 있다. 지주막하 출혈로 발생한 피는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으로 흘러간다. 이후 뇌와 뇌 척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뇌척수액과 섞인다. 그 결과 뇌 주의 압력이 증가하고 뇌압이 상승해 뇌 기능이 방해받는다.

지주막하출혈은 대부분 돌출된 동맥벽이 파열됐을 때 발생한다. 위 사연처럼 뇌동맥류가 나타난 후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주막하출혈이 나타나면 매우 심하고 갑작스러운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증상은 치료없이 호전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경고 신호로 작용한다. 오심, 구토, 목덜미 뻣뻣함, 어지러움 등도 발생한다.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위 사연처럼 특정 신체부위가 마비되거나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환자 절반 가까이 사망...금주·금연하고 규칙적인 운동 중요

환자의 절반 가까이 사망할 정도로 지주막하출혈의 예후는 나쁘다. 때문에 지주막하출혈 발생 시 뇌 주위 압력을 낮추기 위한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두개골에 구멍을 내 뇌척수액이나 혈액을 빼내야 한다. 사연 속 남성처럼 비정상적인 혈관에 클립을 끼워 동맥류를 묶는 치료가 진행되기도 한다.

국내에도 해마다 10만5000명의 신규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이 중 76%는 뇌경색, 15%는 뇌내출혈, 9%는 지주막하출혈로 확인됐다.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병인 만큼 평소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지주막하출혈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재파열 위험이 있어 관리가 중요하다.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 술과 담배는 혈압을 높여 동맥류 형성 위험을 높인다. 뇌혈관에 악영향을 주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을 막는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음식은 제한하고 두부나 생선, 채소류 등으로 식사하는 게 좋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도 만들어야 한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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