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험사 CEO 총살, 몸짱 명문대생이 쐈다...'이것'에 분노해서?
보험금 거부와 의료비 상승… 문제많은 미국 보험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유나이티드헬스케어(UHC)의 브라이언 톰슨(50) 최고경영자(CEO)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 내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뉴욕경찰은 사건 발생 5일 만인 9일(현지시각) 용의자인 루이지 만조니(26)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체포 당시 만조니는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과 보험사의 이익 추구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볼티모어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그의 사진과 정보가 공개되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뛰어난 외모와 신념을 지지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만조니의 X 계정 팔로워는 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이후 27만 명으로 급증했다. X는 그의 계정을 일시 정지했으나 다시 복원됐다.
앞서 만조니는 4일 새벽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 앞 인도에서 톰슨 CEO를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의 모습은 방범카메라에 생생히 포착됐고, 만조니의 태도가 느긋하고 태연했던 점 때문에 전문 킬러라는 추측도 나왔었다.
보험금 거부와 의료비 상승…분노하는 미국 시민들
톰슨 CEO가 사망한 뒤 UHC가 발표한 애도 성명에 달린 6만여 개의 ‘웃음’ 이모티콘은 미국 보험업계에 대한 불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UHC를 포함한 미국 주요 건강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행태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간질과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젠 왓슨(41)은 필요한 약물을 처방받으려 했으나 보험 적용을 거부당해 심각한 통증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고, 또 다른 피해자인 유방암 생존자 저스틴(51)은 림프부종 치료에 필요한 맞춤형 압박 슬리브 비용이 수천 달러에 달했지만, 보험 처리 거부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오바마케어 이후 보험사들이 사전 승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치료 지연과 비용 부담이 더욱 심화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의료비 청구 거부는 전년 대비 31% 증가했으며, 환자 78%가 치료를 포기하기도 했다.
뉴욕경찰은 이번 사건이 보험사의 행태와 관련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만조니는 체포 당시,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담긴 선언문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가 사용한 총알에는 'deny(거부하다)', 'depose(폐지하다)', 'defend(방어하다)'라는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고, 이는 건강보험 시스템에 대한 강한 불만을 암시한다는 게 미국 언론의 해석이다. 타히르 옥스만 맨해튼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지만,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를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보험금 청구가 거부된 환자들은 법적 구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의 자체 절차를 거친 이후에는 법적으로도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 내 보험사에 대한 원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톰슨 CEO는 2021년 UHC의 최고경영자로 올라 20년 이상 보험업계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사건 당일 그는 뉴욕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투자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변을 당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미국 건강보험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건강보험 제도의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친절하고 사려 깊은 청년...허리 척추뼈 문제로 제대로된 연애 생활 못했다 전해져
만조니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카운티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부유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 출신이다. 그의 체포 소식은 주위에 충격을 안겼다. 평소 비폭력주의에 친절하며 사려 깊은 리더로 기억됐기 때문이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현재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만조니는 허리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었다. 2023년에 허리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큰 나사가 척추에 박힌 상태로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지인은 언론에 "만조니의 허리는 약간 비정렬 상태였고, 하부 척추뼈가 거의 1.27cm 정도 어긋나 있어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만조니가 이 허리 문제로 인해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신체적 친밀감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고. 그가 의료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였고, 분노를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