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흰쌀밥, 현미밥...도토리 키재기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류가 쌀, 보리, 밀 등 곡류를 주식으로 먹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이다. 수렵 채취하며 떠돌이 생활하던 구석기 시대를 훌쩍 지나 정착해서 곡류를 재배하는 농경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다. 다시 말해 인류 탄생 이후 수백만 년 동안은 곡류를 먹지 않고 지냈다. 그런데도 쌀을 우리의 주식이라 여기며 핵심 곡물이라 강조한다.

또 ‘한국인의 힘은 밥심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여전히 흔히 듣는다. 하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바람에 많이 먹어서 비만과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 밥을 덜 먹으면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했다.

게다가 빵을 밥에 비교하고는 탄수화물이 많고 소화 흡수가 빨라 서양식이 한식보다 비만 개선에 불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서 백미밥, 현미밥, 식빵의 100g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의 양을 살펴보면 48.5g, 46.1g, 51.1g으로 도토리 키재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총 식이섬유는 식빵에 더 많다. 따라서 백미밥, 현미밥, 식빵 모두 눈에 띄는 차이를 찾기 어려운 곡류 식품이기에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는 적게 먹을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빵과 밥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양을 살펴 비교하면, 탄수화물의 양은 비슷한 데 단백질과 총 식이섬유가 밥보다 빵에 더 많이(8.3g과 3.5g) 들어있는 점이 특이하다. 그 밖에 비타민과 미네랄의 양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한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양을 표기하는 단위가 그램(g)인 데 비해 미네랄과 비타민의 함량은 그램의 1/1000(천 분의 일)에 해당하는 밀리그램(mg)과 1/1000000(백만 분의 일)에 해당하는 마이크로그램(μg) 단위로 극히 소량이다. 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칼로리(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과 호르몬(인슐린, 글루카곤, 아이카사노이드) 분비에 관여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서 3대 영양소라고 하지만, 미네랄과 비타민은 칼로리 공급 기능과 호르몬 분비 기능이 없고, 함유량도 소량이라 미세영양소라고 부른다.

따라서 함유량이 극소량에 불과하고 칼로리 공급 기능과 호르몬 분비 기능이 없는 미세영양소에 집중해서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양과 칼로리 공급 기능과 호르몬 분비 기능을 보유한 3대 영양소를 주요 항목으로 다루는 식사 관리 지침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 비만은 물론 만성질환과 암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노화를 늦추는데 월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탄수화물 식품에 싸늘한 눈길을 던지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꼭 필요하다며 탄수화물 식품을 넉넉하게 먹으면 식후에 혈당이 높아진다. 이렇게 높아진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려고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인슐린이 적정선을 넘어 많이 분비되도록 먹으면 아프다는 소리를 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염증인 '침묵의 염증'을 유발한다.

침묵의 염증은 혈관내피세포 기능장애(endothelial dysfunction)를 일으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끝내 비만,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탄수화물 함유량을 잘 살펴서 식품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곁들여 먹은 다른 영양소의 섭취량과 영양소 사이의 비율에 따라 건강에 유리한 지 아닌 지를 결정한다는 점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인슐린 분비량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식사법이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장준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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