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전 단계만 1700만명에 육박...“인슐린 민감성 높이는 방법을 알자”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당뇨병 전 단계는 혈당이 높지만 아직 당뇨병은 아닌 상태다. 하지만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을 때보다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3~5배 높다.
질병관리청의 ‘당뇨병 질병 부담 및 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46.7%(약 1695만 명)가 당뇨병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언제든지 당뇨병 환자(유병율 16.3%·약 600만 명)가 될 수 있다.
당뇨병은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고, 특히 각종 합병증이 무섭다. 이런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잘 관리하려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슐린은 췌장(이자)에서 분비되는 몸의 혈당 수준을 조절하는 필수 호르몬이다. 세포는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이 세포에게 혈당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하면 몸에는 혈당이 넘쳐나지만 세포는 힘이 떨어져 각종 대사 문제가 발생한다. 즉, 당뇨병이 생긴다. 인슐린과 관련해 인슐린 민감성과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용어가 있다.
인슐린 민감성은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해 포도당 공급을 조절하는 정도를 말한다. 인슐린 민감성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게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세포에 당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대부분 비만과 같은 대사 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 이유는 고 지방, 고 탄수화물 식사가 지속되면 만성적인 인슐린 분비 과다 상태가 되고, 세포는 지속적인 인슐린 자극이 오게 되면 점차로 반응력이 약화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지니게 된다.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 약화로 인한 고혈당이 지속되면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는 점점 더 심한 인슐린 내성을 가져오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서 혈중 인슐린의 농도는 상승돼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에 무리가 가고 손상을 받아 결국에는 인슐린 생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저항성을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전문가들은 “잠을 더 잘 자고, 운동을 더 많이 하고, 탄수화물과 나쁜 지방 대신 특정 건강식품을 적당히 섭취하는 등 인슐린 민감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인슐린 민감성을 증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자연적이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알아봤다.
“잠을 충분히 자라”=여러 연구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는 것이 인슐린 민감도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충분히 자면 수면 부족으로 인슐린 저항성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운동을 더 하라”=운동과 같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당분을 근육으로 이동시켜 저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3~5일 30분 동안 운동하면 인슐린 민감성을 즉각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슐린 민감성은 최소 8주 동안 지속되는 운동 일정 이후 더욱 영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근력을 강화하는 저항성 운동이 당뇨병 유무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의 인슐린 민감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트레스를 줄여라”=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높게 유지해 영양소 분해를 자극하고, 혈당을 증가시킨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인슐린 민감성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뱃살을 빼라”=과도한 체중, 특히 뱃살은 근육과 간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만들어 인슐린 민감성을 감소시키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체중 감량은 뱃살을 줄이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며 당뇨병 전 단계에 있는 경우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수용성 식이 섬유를 더 많이 섭취하라”=식이 섬유는 수용성과 불용성 두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수용성 식이 섬유는 인슐린 감수성 증가와 관련이 있는 장내의 좋은 박테리아, 즉 유익균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용성 식이 섬유는 물에 잘 녹는 성분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 섬유와 완전히 다른 성분은 아니어서 불용성 식이 섬유가 풍부한 음식에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수용성 식이 섬유로는 사과, 레몬 등의 과일,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 버섯류가 있다.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식단에 더 하라”=많은 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화학 물질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면 인슐린 민감성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다채로운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항산화 물질은 신체 전체에 해로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프리 래디컬(활성 산소)이라는 분자에 결합해 중화시킨다. 하지만 과일에도 당분이 포함돼 있다. 저혈당 지수(GI) 과일로는 사과, 체리, 딸기, 블루베리, 석류 등이 꼽힌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라”=탄수화물 섭취 패턴이 높으면 혈당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 종일 탄수화물을 규칙적으로 소량 섭취하면 식사할 때마다 신체에 당분이 줄어들어 인슐린의 작용이 쉬워진다.
규칙적으로 먹으면 인슐린 민감성에 도움이 되며, 특히 혈당 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당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는 속도가 느려져 인슐린이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더 좋다.
“가당 섭취를 줄여라”=주로 고도로 가공된 식품에서 발견되는 첨가당에는 고 과당 옥수수 시럽과 식탁용 설탕(수크로스)이 포함된다. 두 가지 모두 약 50%의 과당을 함유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당을 더 많이 섭취하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할 수 있다. 과당이 인슐린 저항성에 미치는 영향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리할 때 허브와 향신료를 사용하라”=연구에 의하면 호로파, 강황, 생강, 계피, 마늘 등 허브와 향신료는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다른 허브로는 바질, 딜, 회향, 파슬리, 커민, 육두구, 오레가노, 로즈마리 등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에는 최소 900개의 화합물이 확인됐다.
“녹차를 즐겨라”=여러 연구에 따르면 녹차를 마시면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녹차의 이러한 유익한 효과는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성분 때문일 수 있다.
“사과식초를 먹어보라”=식초는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의 효과를 개선해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위장이 음식물을 장으로 방출하는 것을 지연시켜 신체가 혈류로 당분을 흡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한다.
“트랜스 지방을 피하라”=다른 지방과 달리 트랜스 지방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많은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트랜스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는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유해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충제도 도움이 된다”=비타민C, 프로바이오틱스, 마그네슘 등 다양한 보충제가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아연, 엽산, 비타민D와 같은 다른 많은 보충제는 이러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보충제는 현재 복용 중인 약물과 상호 작용할 위험이 있다. 복용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