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신동국 '3자 연합',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확보 실패
이사회 구도 5대5...경영권 분쟁 종식 여전히 안갯속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최한 임시주주총회가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려고 했으나, 이사 정원 확대 안건이 부결돼 신 회장만 홀로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이에 따라 3차 연합 측 대(對)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 측의 이사진 구성이 5 대 5가 됨으로써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미사이언스는 서울시 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정원 확대를 위한 정권 변경의 건 등 3건의 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5734만864주로 이는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84.6%에 해당한다.
이날 주총에는 최대 이사 수를 10명에서 11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와 임주현 사내이사 선임의 건, 자본준비금 1000억원 감액의 건을 표결했다.
표결 결과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므로 참석 주식 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요건에 미치지 못한 것. 해당 안건에는 참석 주식 수의 57.89%(3320만3317주)가 찬성 표를 던져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사에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만 선임됐다.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찬성한 주식 수는 3318만8984주,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7.86%로 요건을 충족했다. 다만 정관 변경의 건이 부결됨에 따라 이사는 1명만 선임이 가능해 2-1안으로 먼저 명시된 신동국 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임주현 이사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자본준비금 감액의 건은 95.13%가 찬성해 통과됐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3자 연합 측은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또한 경영권 분쟁 종식도 사실상 요원해졌다.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3자 연합 측 5명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5명으로 나뉘면서 의결권이 갈릴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는 이사회 안건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동률을 이뤄 의사결정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내달 열릴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도 3자 연합과 형제 측의 표 대결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미약품 임시주총은 다음달 19일 교통회관에서 열리며,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이 주요 안건이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날 임시주총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말하시는 부분들을 잘 새겨 들었고, 이사회에서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회사를 위해 하는 결정은 다른 분들도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있을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사로 선임된 신동국 회장은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보다 충실히 책임감있게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의사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임시주총 소집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의결권 집계 등으로 개회는 4시간 넘게 지연됐다. 이에 주주들은 “시간이 이렇게까지 지연되는 게 맞냐”며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