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CDMO사업 2028년부터 매출 만들 것”
내년 5조원, 2027년 10조원 매출 계획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생산시설 구축과 해외연구소 설립 등 기반을 마련해 2028년부터 매출을 내겠다고 밝혔다.
서정진 회장은 27일 홍콩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열고 “많은 파트너가 셀트리온 기술을 가지고 용역서비스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지난해 CDMO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며 “12월 셀트리온의 100% 자회사로 법인을 출범하고 내년 생산시설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지난 9월 모건스탠리 콘퍼런스에서 처음 CDMO 사업 진출 계획을 드러냈다. 당시 연내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우선 사업 자금은 내부 자금으로 충당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CDMO 사업을 위한 1차 투자금이 1조5000억원 가량 필요한데 추가 투자는 받지 않고, 내부 자금으로 출발하려고 한다”며 “특히 셀트리온이 자사주를 전체 발행주의 5%가량 가지고 있는데 그중 25%는 연내 소각하고, 75%는 CDMO 회사의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경쟁력과 관련해선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다. 셀트리온이 전문으로 하는 항체사업과 이중·삼중항체 서비스, 정맥주사 등은 기본 서비스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정맥주사(IV)제형을 피하주사(SC)제형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인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도 고객이 원하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항암제처럼 약물이 대량으로 투여해야 하는 약을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맞으려면 미국 할로자임이 가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필요한데 이게 2027년 물질특허가 끝난다”며 “셀트리온은 이미 자체 제품에 사용하기 위한 내재화를 끝냈고, CDMO 고객들이 원하면 해당 서비스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구용 기술도 원한다면 사용할 수 있고, mRNA 백신 플랫폼과 마이크로바이옴 등 고부가가치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셀트리온이 특화한 기술들을 활용하면 론자 등 기존 경쟁사보다 훨씬 더 깊이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8년 이후에는 CDMO 사업의 매출 기여도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 연구소를 지어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CDMO 사업을 하려면 박사급 연구 인력이 500명 가량 필요한데 미국, 유럽, 인도에 연구소를 만들어 이를 충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생산시설은 우선 한국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신속하게 설비를 갖추기 위해 20만리터까지는 한국에 생산시설을 세울 계획”이라며 “시설 10만리터를 세우는데 7000억원이 필요해 초기 투자 비용을 1조5000억원으로 계산했다. 그 이상이 필요하면 미국 등 제3국에 증설하는 환경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DMO 사업이 본격화되면, 신약개발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CDMO는 외부 고객의 의뢰를 받아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사업인데 신약 개발까지 같이 하면, 고객사가 기술 유출 우려나 신뢰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CDMO를 요청하는 회사는 단순 생산만 요청하는 게 아니고, 셀트리온의 기술을 인정하기 때문에 계약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고객들이 기술 보안에 대한 안전장치를 요구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분리 경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 회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명) 경쟁력과 신약개발 방향성, 주주가치 제고 방법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내년 매출 5조원, 2027년 매출 10조원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투자설명회는 한국, 미국 등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유튜브로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