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조작 논란 키운 카사바...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결국 좌초

최종 임상 분석 결과 실패...국내 가교임상도 조기 중단 예상

카사바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미국 바이오기업 카사바 사이언스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무필람' 개발이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알츠하이머 표적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보다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높다는 연구를 발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최근 마지막 임상 3상 분석 결과 이렇다할 효과 확인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회사 측은 추가적인 임상 분석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시무필람과 관련해 시행 중인 임상 대부분을 중단하며 개발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시무필람 임상의 환자 모집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본격적인 임상 평가가 조기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사바 사이언스는 시무필람 관련 알츠하이머병 3상 임상 분석 결과 연구의 주요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2차 평가지표 역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지 않으며, 관련 3상 임상 및 추가 오픈라벨 연장 연구를 모두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무필람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의 생성을 차단하는데 관여하는 필라민A 단백질에 작용한다. 저분자 화합물로 약물 분자의 크기가 작아 뇌혈관장벽(BBB) 통과에 강점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종 임상 분석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주요 결과를 보면 경도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시무필람과 위약(가짜약)을 비교했을 때, 치료 52주 후 환자들의 인지 및 기능 장애 지표에는 명확한 효과 차이가 없었다. 인지장애지표(ADAS-COG12) 및 기능장애지표(ADCS-ADL)와 관련, 시무필람과 위약을 사용한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카사바 사이언스는 최근 열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답변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질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상 발표 직후 카사바의 주가는 장 시작 전 85%까지 급락했다.

앞서 시무필람은 개발 과정에서 잦은 구설수에 오르며 여러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국제학술지 'PLOS One'은 시무필람과 관련해 2008년과 2009년에 발표된 기초과학 논문을 철회했으며, 2021년 연구 데이터 조작 논란이 있은 뒤 지난 6월 시무필람 개발을 주도한 호아우얀 왕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연구에 불법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시무필람 임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알츠하이머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시무필람 임상 3상을 승인했다. 임상기관으로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 충북대병원, 해운대백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또한 올해 4월 환자 모집을 시작한 시무필람 100밀리그램(mg)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3상 임상도 조기 종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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