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치매 좌우하는 ‘콜레스테롤 수치’ 중년부터 대비해야
LDL 콜레스테롤 수치 ‘높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 ‘낮을수록’ 치매 위험 증가
치매는 전세계에서 3초에 1명꼴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우리나라 역시 치매 인구 1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약 98만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인구로 추정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약 20여년에 거쳐 진행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진행단계에 따라 크게 3단계로 분류한다. 증상은 없지만 뇌에서 생물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단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치매로 나뉜다.
치매의 전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는 단기 기억상실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경증, 중증, 심각으로 나뉜다. 경증 알츠하이머 기간에는 독해와 사물인식능력과 방향감각이 저하 등의 증상을 겪으며, 중증 알츠하이머는 판단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며 충동성이 높아진다. 심각한 알츠하이머 단계에서는 시각적인 문제까지 겪게 된다.
주목할 점은 치매 발병 위험성이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크게 저밀도 콜레스테롤(LDL)과 고밀도 콜레스테롤(HDL)로 나뉜다. 흔히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으로 불린다.
란셋 치매 위원회(the Lancet Commission on dementia, 이하 치매위원회)는 최근 4년 만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높은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치매 위험 요인으로 추가했다. 치매위원회는 질 리빙스턴(Gill Livingston) 런던대(University College London) 교수 등 영국을 중심으로 노르웨이, 호주, 인도 학계에서 활동하는 치매 연구자 27명이 참여한 다문화 전문가 그룹이다.
연구자들의 분석 결과,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반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치매 위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65세 기간에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의 치매 위험이 가장 높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치매 발병률이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들은 꾸준히 발표돼 왔다. 영국 연구팀이 의료빅데이터로 수집한 185만여 명의 데이터를 약 20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39㎎/㎗ 높아질 때마다 치매 위험이 5%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미만 중년기에 콜레스테롤과 치매 사이 상관관계가 뚜렷했다. 중년기 실험 참가자 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39㎎/㎗ 상승한 경우, 치매 위험이 10년 내에는 10%, 10년 이후에는 17%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치매 위험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그룹(190㎎/㎗ 이상)의 치매 발병률이 최하위 그룹(100㎎/㎗미만)보다 59%나 더 높았다. 이는 중년기에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중년에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나가노현에 거주하는 1299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중년기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한 뒤 19년 후 다시 이들을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등 뇌건강을 측정했다. 그 결과, 19년 동안 참가자 중 386명이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고, 53명에게서 치매가 발병했다.
주목할 점은 중년기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질병의 발병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중년기 HDL수치에 따라 4가지 그룹(HDL 50mg/dL이하, 50-59mg/dL, 60-69mg/dL, 70mg/dL이상)으로 분류한 뒤, 노년의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발병률을 상호 비교했다. 그 결과, 중년에 HDL수치가 60mg/dL 이상이었던 사람들은 노년에 경도인지장애가 올 확률이 20%정도 감소했으며, 중년의 HDL수치가 70mg/dL 이상인 사람들은 50%까지 발병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의 HDL수치에 따라 노년의 치매 발병률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중년의 HDL수치를 50mg/dL 기준으로 참가자들의 치매 발병률을 비교한 결과, 50mg/dL 이상인 참가자들의 노년기 치매 발병률이 62%~65%까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HDL 수치가 높을수록 치매발병률이 낮은 이유는 HDL을 구성하는 단백질에 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과잉으로 생산되거나 제거되지 못하고 침착되면 타우단백질에 의해 신경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타우 단백질이 응집되면 신경망으로 연결된 주위 영역으로 조금씩 전파되는데,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대뇌의 대부분 영역으로 슈퍼전파가 일어난다. 타우 단백질의 슈퍼전파가 일어나면 신경세포가 죽어서 소멸하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어 치매를 되돌리지 못한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응집을 막고 제거하는 데 관여하는 대표적인 단백질들은 TTR, CysC, ApoA-1이 있다. 이중 ApoA-1은 HDL의 핵심단백질로, HDL은 뇌에서 쓰고 남은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뇌 세포를 파괴해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HDL은 강력한 항산화기능을 갖고 있어 두뇌 속 산화 스트레스를 제거하고 아밀로이드 베타가 생성되거나 침착되는 것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