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바이러스서 인체 전파 용이한 변이 발생"
캐나다 청소년의 체내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서 발견돼
조류독감에 감염돼 입원한 캐나다 십대 청소년의 체내 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인간에게 전파되기 쉽도록 주요 부위에 변이가 발생한 것이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를 검사한 미국과학자들의 분석을 토대로 CNN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 청소년 외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보건 책임자인 보니 헨리 박사는 이 청소년의 친구, 가족 및 의료 서비스 제공자 간의 수십 건의 잠재적 접촉을 모니터링한 결과 “추가 발병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확산되거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독하지만 안정적인 상태인 이 청소년을 감염시킨 H5N1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미국 젖소에서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동일한 변이가 아니다. 태평양 북서부의 거위 같은 야생 조류에서 유행하는 H5N1 변이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변이 모두 H5N1이지만 델타와 오미크론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다른 버전이었던 것처럼 유전적 차이가 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질병 수사관들은 야생 조류와 접촉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이 청소년이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이 청소년에게서 추출한 바이러스를 검사한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컴퓨터 바이러스학자인 제시 블룸 박사는 “확실히 이번 사례는 H5에서 이러한 종류의 적응 돌연변이에 대한 증거를 본 최초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블룸 박사와 다른 과학자들은 인간 세포에 더 쉽게 부착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이러스 게놈의 위치에서 3가지 변이를 발견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시알산이라고 불리는 세포 표면에 튀어나온 당에 부착해 침투한다. 새들에게는 알파2와 알파3 시알산이 풍부한 반면 인간에게는 주로 코, 목, 폐에 알파2와 알파6 시알산이 많다.
독감 바이러스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스콧 헨슬리 교수(미생물학 및 면역학)는 수십 년간의 기초 연구를 통해 요주의 돌연변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6일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올라온 캐나다 청소년 환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본 결과 바이러스가 새에게 풍부한 알파2와 알파3 수용체를 선호하던 것에서 사람의 코, 목, 폐에 풍부한 알파2와 알파6 시알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변화를 정확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체에서 알파2와 알파3 수용체가 많은 곳 중 하나가 눈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보고된 대부분의 인간 H5N1 감염은 초기 증상으로 눈이 붉고 염증이 있어 바이러스가 체내로 유입되었음을 시사한다.
캐나다 청소년의 첫 증상 중 하나가 눈 충혈이었다. 눈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헨슬리 교수는 지적했다. 또 캐나다 청소년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DS)이라는 심각한 호흡 장애를 일으켰다. 이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자신을 모방하면서 획득하기 시작한 변이의 결과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블룸 박사는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진화해 신체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단일 숙주 내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을 살펴보면 감염 후 몇 주 동안 증세가 사라졌다가 다양한 변이가 혼합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관찰된다”는 것.
캐나다 청소년은 병원에 입원하기 일주일 전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려는 세포를 더 잘 감염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이었을 수 있다.
블룸 박사는 캐나다와 미국의 감염된 조류에서 발견된 H5N1 바이러스에서는 이러한 특정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해당 변이가 인간 숙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변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캐나다 청소년의 감염이 추가 감염이 없는 외통수 감염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서 다시 감염이 발생할 경우 같은 변이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사람에게서 53건의 조류 독감 사례가 확인됐다. 젖소에서는 지속적으로, 가금류에서는 산발적으로, 야생 조류에서 광범위한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블룸 박사는 “H5N1 독감 바이러스가 밖에서 많이 유행하고 있다”며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율이 높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한 번 변이를 획득하기에 적합한 진화 공간에 있다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른 감염에서 다시 변이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