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고 전이 빠른 '흑색종'…“조기 진단·수술 신속히 이뤄져야”

[인터뷰]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교수 "흑색종 신속 진료 프로그램 도입"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세브란스 병원]
“초기의 흑색종 병변은 점처럼 색소가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흑색종은 혈액이나 림프계를 통해 빠르게 전이돼 내부장기에서도 자라날 수 있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암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기저세포암은 전이가 드물고 수술로 쉽게 완치할 수 있지만, 흑색종은 전이도 가능한데다 전이 양상도 예측하기 어려워 조기진단과 수술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암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악성흑색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피부암 중에 가장 많은 것은 기저세포암이다. 기저세포암 발병은 1999년 488건에서 2019년 3908건으로 8배 정도 증가했다. 다행히 기저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은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경우가 드물어 수술적인 방법으로 쉽게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흑색종은 다른 장기로 빠르게 전이돼 주의가 필요하다.

오 교수는 “흑색종은 내부장기로 전이가 가능하다”며 “초기병변이라 하더라도, 암세포들이 세포 단위로 이동해 뒤늦게 다른 부위(림프절, 내부장기)에 종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흑색종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전이 확률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두께가 0.8~1.0mm 이상이면 전초림프절 생검을 실시해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수술적 치료 이후에도 주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며, 병기에 따라 추가적인 항암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흑색종은 조기진단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흑색종은 아직까지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항암치료방법이 제시돼 있지 않다. 이것이 흑색종이 조기진단과 수술적 절제가 가장 신속하게 시행돼야 하는 암종인 이유”라며 “특히, 흑색종이 전이되는 양상을 보면, 피부에서 쭉 연결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포 단위로 이동해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에 있던 흑색종을 수술하고 문제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뇌에 전이가 되는 등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흑색종의 전이와 생존 확률은 처음 발견 때 흑색종의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흑색종 치료에서 빠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한 만큼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흑색종 신속 진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흑색종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료해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였다.

오 교수는 “흑색종은 두께에 따라 전이될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두께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체 병변을 절제하는 수술적인 치료가 가장 빠르게 선행돼야 한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환자 내원 후 1주일 이내에 이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흑색종의 표준 수술방법은 두께에 따른 광범위 절제술이다. 광범위 절제술은 두께가 2mm 이내이면 흑색종 경계를 따라 둘레 1cm를 더 절제하고, 2mm 이상이면 주변 정상피부 2cm를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문제는 넓은 범위를 절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 절제술 이후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흑색종 주변의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를 절제해 현미경으로 관찰한 뒤 잔존암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복원하는 모즈미세도식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모즈미세도식수술이 광범위 절제술에 비해 재발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한 210명의 악성흑색종 환자를 분석한 결과, 광범위 절제술 시행한 환자의 재발률은 10.7%인 반면, 모즈미세도식수술을 시행한 환자군의 재발률은 3.7%로 나타났다. 여기에 모즈수술은 정상피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피부결손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빠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흑색종 다학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먼저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리과에서 특수염색을 시행하고 두께를 측정한다. 초기병변이거나 흑색종의 일부분반 절제해 검사한 경우 감별이 어려울 수 있는데, 최근에는 흑색종세포에서 우선적으로 발현되는 항원을 이용하는 PRAME(PReferentially expressed Antigen in MElanoma) 염색을 통해 흑색종 여부를 감별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두께가 0.8mm를 넘으면 전초림프절 생검을 통해 림프절에 암세포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전초림프절생검 및 림프절 절제는 부위별 해당 과에서 전문적으로 절제한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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