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에도 '사회적 관심' 쏟아야 한다"…왜?

65세 이상 80%, 잦은 통증 호소...전체 인구 20~30%는 만성통증…자가관리 외 ‘사회적 관심’ 필요

두통 치통 관절통 등 만성통증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각종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체 인구의 20~30%가 만성통증을 호소하고, 환자의 35%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65세 이상의 80%가 각종 통증을 호소한다.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다.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약 20~30%나 된다는 국내외 통계가 있다. 나이 들어 이곳저곳 아프고 쑤셔도 꾹꾹 참고 지내는 노인은 특히 많다. 오랜 기간에 걸쳐 두통, 치통, 요통, 관절통, 근육통, 생리통 등 각종 통증으로 고통받으면 삶 자체가 힘들다. 가정·직장·학교·사회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에 따르면 만성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적·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재발이 잦다는 특성을 보인다. 연구 결과를 보면 통증은 개인의 의학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통증 환자가 통증을 혼자 관리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의하면 만성통증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당뇨병, 관절염, 암 등 각종 만성병과 깊은 관련이 있다.

통증은 일을 하든 식사를 하든 운동을 하든,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삶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대한통증학회 조사 결과(2019년)에 따르면 만성통증 환자 가운데 약 35%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의 약 80%가 각종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을 그냥 참아 넘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빈곤층을 비롯해 각종 장애인, 정신건강 장애가 있는 사람, 성소수자, 시골이나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 일부 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환경 요인이 겹치는 사람들에겐 만성통증이 특히 힘겹다.

"노인 환자 너무 많아"…약물 치료 외 음식·영양, 신체활동, 사회적 관심 절실  

통증을 겪는 사람은 대부분 약물 치료를 받는다.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등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NSAID)로 통증을 누그러뜨린다. 이들 약물은 통증 완화와 염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약물 외 치료법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통증을 고치는 ‘약’으로서의 음식 및 영양, 운동, 만성통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 해소, 동병상련에 바탕을 둔 커뮤니티 운영, 직장의 환자 지원 등 5가지가 그것이다.

음식과 영양은 통증과 각종 만성병의 예방·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식이 패턴(지중해식 식단 등)과 음식(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 등)은 염증·만성병·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쇼핑 및 식사 준비, 영양 관리 등에 대한 임상영양사 등 전문가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운동 등 신체활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물리치료, 마사지, 피부를 통한 전기 신경자극 등 물리·운동 요법도 통증 치료와 예방에 좋다. 명상적 움직임과 호흡 운동인 요가와 기공이 통증의 관리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기공을 6~8주 동안 매일 규칙적으로 수련하면, 섬유근육통 환자의 삶이 여러 모로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통증 환자가 주변의 낙인과 편견에 맞닥뜨렸을 때, 통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료와 함께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사람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데, 무슨 통증이 있다고 하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그런 것 아냐?”, “통증을 핑계로 일을 안 하니 좋겠네” 등 각종 편견을 드러내고 낙인을 찍는다.

"만성통증 환자 3분의1, 자살충동 느낀 적 있어"…"꾀병 부린다"는 식 편견·낙인 없애야

사회적 낙인은 만성통증 환자에게 스트레스와 수치심을 높인다. 몸집이 큰 환자는 체중에 대한 편견을 경험하기도 한다. 뚜렷한 증거나 평가·지원이 없는 가운데, 이들 환자는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권고를 흔히 듣는다. 이는 일종의 ‘비만 낙인’이다. 이를 없애기 위한 국제 공동 합의 성명이 이미 나왔고, 의사 등 의료진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가관리는 만성통증 관리의 중요한 측면이다. 자가관리에는 비슷한 병을 앓는 동료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만성통증의 자가관리를 강화하는 커뮤니티 기반 접근법이 최근 주목되고 있다. 만성통증을 안고 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립될 수 있다. 우울증과 불안감도 높아질 수 있다. 동료나 지원 그룹의 도움이 있으면, 환자의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자가관리 효과를 높이고 의료서비스 이용을 일부 줄일 수 있다.

만성통증 환자에 대한 직장의 포용적인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만성통증은 결근·조퇴 등으로 조직의 생산성과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증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성과와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이직률을 높이고 경력 단절, 소득 손실, 재취업 장벽, 소득 불안정 등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만성통증이 있는 직원에 대한 자상한 관리가 부족하면 직장과 직원 양쪽에 모두 해롭다. 조직이 환자에게 체계적으로 편의를 제공하면 큰 도움이 된다. 대책으로는 근무시간 및 근무 배치의 유연한 조정, 물리적 지원(물리치료, 마사지, 심리치료)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만성통증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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