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치매 위험 낮다"...암-치매, 반비례 관계라고?

두 병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숨은 상반된 요소가 치료법 열쇠 될까?

암 병력이 있는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고,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 이러한 반비례 관계는 두 질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상반된 요소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궁극적으로는 치료법 발견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병력이 있는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고,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 이러한 반비례 관계는 두 질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상반된 요소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궁극적으로는 치료법 발견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병 예방 저널(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ICL)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수십 년 전 미국 뉴욕의 한 정신과 센터의 연구원들은 이 두 질병 사이의 흥미로운 관계를 관찰했다. 부검 결과, 그들은 암과 알츠하이머병 사이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의 제인 드라이버 박사(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이 주제에 대한 최초의 역학 연구 중 하나에서 65세 이상 참가자 1278명을 평균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2012년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생존자는 암 병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33% 떨어졌다.

흥미로운 연구결과였으나 학계는 그 의미를 축소 평가했다. 암 병력이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만큼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생존 편향’이 주요 근거였다.

ICL 연구진...암 진단 후 치매 위험 낮아진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 제시

올해 7월 발표된 ICL 연구진의 논문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를 통해 암 진단 후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 60세 이상 영국인 300만 명 이상을 평균 9.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암 생존자는 암 병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연령 관련 치매에 걸릴 위험이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 대장, 폐, 유방과 같은 가장 흔한 유형의 암에서 모두 역 연관성이 관찰됐다

미국 켄터키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에린 애브너 교수는 “암과 알츠하이머병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고 지속적”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반비례성에 대한 다른 설명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변수를 감안해도 결과는 같았다“고 말했다. 애브너 교수는 2년 전 알츠하이이병 환자들의 뇌 부검 결과를 통해 반비례의 임상적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암에 걸린 사람과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병리 수준이 낮은 것 사이에 매우 일관된 연관성을 발견했다“며 ”아밀로이드 단백질 병리 수준이 높은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역 연관성은 알츠하이머병에만 국한되고 일반적 치매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노인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이런 반비례성에는 또 다른 반전이 있다. 암 병력이 있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제인 드라이버 교수는 2012년 연구에서 반비례성이 양방향으로 진행되며 이탈리아 북부에 사는 100만 명 이상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 한국인 대상 최근의 연구결과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치매가 없는 환자에 비해 전체 악성 종양에 걸릴 확률이 3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최근 연구결과에 대해 여전히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암 검진을 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영국에서 연구를 이끈 ICL의 엘리오 리볼리 교수(암역학)는 “결과는 반복해서 복제됐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제 반비례 관계가 실제처럼 보인다고 믿고 있다”며 “다음 단계는 이 현상의 배후에 있는 생물학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암 치료 자체가 치매에 나쁘다?..."암 위험 높이는 유전자가 치매 위험 감소시킬 수 있어"

일부 연구자들은 암 치료 자체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최근 몇 년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진행에서 염증이 중심 과정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화학요법이 염증을 억제하여 신경세포를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리볼리 교수에게 그는 전체 그림이 아니다. 반비례관계가 양방향이라는 사실은 두 질병 그룹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ICL 연구진은 “수백 개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유전자 유형을 확인했으며, 이 유형이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리볼리 교수에 따르면 특정 유전적 요인이 조직 재생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성장 인자는 조직 재생과 성장을 조절하는 대규모 분자군”이라며 “이들 분자군은 일반적으로 더 나은 심혈관 건강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복제를 선호하는 유전자 구성을 갖추면 조직과 동맥의 재생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일부 암의 위험도 다소 증가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러한 놀라운 발견은 새로운 연구 방향을 열어줄 수 있다고 리볼리 교수는 밝혔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주목할 만한 예외는 당뇨병 환자 남성의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10~20% 감소한다는 것이다.

리볼리 교수는 “왜 당뇨병에 걸리면 전립선암의 위험이 감소할까”라고 반문하면서 마찬가지로 암과 치매의 반비례 관계에 대한 연구가 치매 발병에 기여하거나 사람들을 보호하는 새로운 분자 경로를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은 통제되지 않은 세포 성장과 관련이 있는 반면, 치매는 과도한 신경 세포 사멸과 관련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서울연구소의 박미경 박사는 최근 암과 신경퇴행에서 역으로 작용하는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 일부는 세포 사멸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다른 일부는 세포 사멸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는 암과 신경변성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다. 10년 전 제인 드라이버 교수와 하버드대 이론생물학자이자 수학자인 로이드 디미트리우스 교수가 수학적 주장을 바탕으로 제시한 가설이다.

반비례 관계 발생 시점과 이유에 대한 추가 연구 필요해

암과 신경퇴행성 질환 사이의 반비례성을 밝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들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애브너 교수는 “암과 치매는 실제로는 서로 다른 질병”이라며 “우리는 한 가지 유형의 질병에 대해 강력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세분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암과 알츠하이머병 모두 병리적 발달과 증상의 시작 사이에는 긴 지연 기간이 있으므로 이러한 반비례의 시기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연구결과는 당분간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만으로도 지금 현재 암 생존자들에게 위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애브너 교수는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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