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술고래' 줄이는 효과까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뇌 '식욕중추' 억제해 음식 알코올 욕구 줄여”...연구결과 영국, 핀란드서 잇따라
위고비·오젬픽·트루리시티 등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의 비만 치료제 겸 당뇨병 치료제의 추가적인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 약의 쓰임새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러다가 '만능 치료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이 '기적의 비만약'은 당뇨, 심혈관병(심근경색, 뇌졸중), 콩팥병 등의 치료 효과와 대장암 간암 등 13종 암의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이들 비만약이 알코올에 대한 욕구를 크게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과 핀란드에서 잇따라 나왔다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보도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는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오젬픽, 위고비), 성분명 엑세나타이드(제품명 바이에타), 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제품명 트루리시티), 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 빅토자) 등이 포함된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비만약은 음주 문제를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임상시험 결과 나타났다. 연구팀은 올해 8월 이전에 실시된 연구 결과(6건)를 분석하고, 참가자(약 8만8000명, 임상시험 2건)를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의 약 44%가 GLP-1 약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 약물의 사용이 알코올 사용률, 알코올 관련 건강 문제, 병원 방문 및 '알코올 신호에 대한 뇌 반응'을 변화시키는지 여부를 추적 관찰했다. 6개월 동안 진행된 한 연구에서 엑세나타이드는 전반적으로 비만한 사람의 음주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또 다른 시험에선 둘라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사람이 위약을 사용한 사람에 비해 음주량을 줄일 확률이 29%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모흐센 수바니 박사(위장병학, 임상조교수)는 "이들 약은 음식과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줄일 수 있는 '뇌 식욕중추'를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음주에 대한 욕구를 줄이는 효과는 특히 비만(BMI 30 이상)인 과음자에게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약은 뇌의 '보상센터'를 표적으로 삼는다. 따라서 알코올 소비량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의 자매지 ≪이클리니컬 메디슨(eClinical Medicine)≫ 저널에 실렸다.
또한 핀란드 이스턴핀란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 웨고비 등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하면 과음자의 음주 문제가 억제되며, 이들의 입원 필요성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를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을 쓰면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는 사람의 자살 위험도 낮아졌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쓰고 있고,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는 스웨덴인 약 22만8000명을 대상으로 약 9년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 이들이 입원할 확률이 36% 낮아졌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가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과식 충동은 물론 음주 충동까지 억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또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빅토자)를 사용하면 입원율이 28%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선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연관성만 입증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마르쿠 레틴부오 박사(내과학)는 "이들 비만약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입원을 줄이는 측면에서, 다른 알코올중독 치료제(날트렉손, 아캄프로스테이트 등)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 저널(JAMA JAMA Psychiatr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