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마비 이후 베타 차단제 불필요할 수도”...오히려 우울증 위험 증가

심부전 없는 심장 마비 생존자에게는 되레 해가 될 수도

심장 모양이 새겨진 청진기와 약품
심장병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베타 차단제가 일부 심장 마비 생존자에게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타 차단제는 노르아드레날린의 자극 활동을 차단해 심장박동 수(심박수)와 심장의 운동량을 줄여주는 약품이다. 베타 차단제는 협심증, 고혈압,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치료하고, 심근증이 발병한 심장의 근육 기능 향상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베타 차단제는 심장 마비를 겪은 환자들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그런데 지난 4월 발표된 심장 박출률이 정상인 환자에게 심장 마비 이후 베타 차단제 처방이 효과가 없다는 연구에 이어 이번에는 베타 차단제가 오히려 이런 환자들의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웁살라대 심장 심리학과 연구팀은 “베타 차단제가 심장이 정상적인 박동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심장 마비 생존자에게는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울증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필립 라이스너 연구원은 “우리는 베타 차단제가 심장 마비를 겪었지만 심부전(심장 기능 상실)으로 고통 받지 않은 환자들의 우울증 증상 수준을 약간 더 높게 이끌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심장 전문의들은 수십 년 동안 심장 환자를 돕기 위해 베타 차단제를 사용해 왔는데, 이 약물은 심장에 대한 아드레날린의 영향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지난 4월 발표된 연구(Beta-Blockers after Myocardial Infarction and Preserved Ejection Fraction)에서는 심장 마비를 겪었지만 심장 박동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베타 차단제가 불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심부전이 없는 심장 마비 생존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심장 마비 이후 베타 차단제나 다른 형태의 약물을 처방받은 자료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됐다.

연구 결과 심부전이 없는 심장 마비 생존자들에게 베타 차단제 치료는 우울 증상을 소폭 증가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베타 차단제 사용이 우울증, 불면증, 심지어 악몽 발생 확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완전히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라이스너 연구원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심부전이 없는 환자들에게도 베타 차단제를 투여하곤 했지만 이를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일부 환자에게 베타 차단제 사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최근의 의학적 발전은 심장 마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 심장 전문의가 선택할 수 있는 더 많은 약물 옵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Short- and long-term effects of beta-blockers on symptoms of anxiety and depression in patients with myocardial infarction and preserved left ventricular function: a pre-specified quality of life sub-study from the REDUCE-AMI trial)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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