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고통에도 '참으면 그만'...폐경 치료 놓치는 일 '허다'
폐경 여성 10명 중 3명만 진료..."갱년기 증상 및 폐경 초기 치료 적기"
국내 폐경기 여성들이 극심한 증세를 경험하면서도 좀처럼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효과적인 호르몬 요법을 통해 증상 개선과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음에도, 단순히 증상을 참거나 폐경을 자연스런 일로 여기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폐경기 건강 관리는 증상을 완화하는 차원을 넘어 여성 후반부 삶의 질 전반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나 폐경 초기가 치료의 최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11일 김미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는 한국오가논이 개최한 ‘Her Health(허헬스)’ 미디어 세션에 연자로 참석해 국내 폐경 현황과 최신 치료법을 소개했다.
통상 폐경은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폐경 이행기'를 거쳐 1년 동안 월경이 완전히 멈췄을 때 진단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감을 비롯한 관절·근육 불편감, 우울감, 수면 문제, 질 건조감, 발한, 안면홍조 등이 나타난다. 국내 만 40~69세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폐경 인식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9명이 폐경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 심한 폐경 증상을 겪는 여성 중 실제 병원 진료를 받는 이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호르몬 요법을 통해 폐경기 초기, 중기, 후기에 걸쳐 경험하는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폐경 전후로 증상이 나타난다면 최대한 빠르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김 교수는 호르몬 치료제 선택 시 환자 상태와 치료 목표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각 조직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조직 선택적 에스트로겐 활성 조절제(STEAR)' 역할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리비알(성분명 티볼론)'로 대표되는 해당 계열 약물은 투여 후 3가지 대사물질로 전환돼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겐, 안드로겐의 효과를 모두 가진다.
특히, 유방과 자궁내막에서는 에스트로겐 작용을 억제하면서도 뼈와 생식기 등에서는 에스트로겐 효과를 보이는 독특한 조직 선택적 작용으로 기존 호르몬 치료제보다 유방통과 질 출혈 빈도가 낮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호르몬 치료에 대한 정보 부족과 사회적 편견으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증상을 참거나 폐경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다가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경 치료의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폐경이 임박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나 폐경 초기"라며 "이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정기 검진을 통해 치료의 지속 여부를 검토할 수 있기에, 여성들이 폐경 전부터 신체 변화를 인지하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습득해 질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션에 참석한 표지현 한국오가논 대외협력부 전무는 “2020년 기준 국내 여성 인구의 약 40%가 폐경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 비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평균 폐경 연령인 49.7세를 기준으로 볼 때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한 생애 후반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폐경기 여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폐경기 건강 관리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