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日 다이이찌산쿄에 4000억원 규모 기술 이전
ADC 항암제 ‘엔허투’에 알테오젠 피하주사 제형 기술 사용
알테오젠이 세계 최초로 피하주사(SC) 제형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 나선다.
알테오젠은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에 대한 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공시했다. 양사는 ALT-B4를 활용해 ADC 치료제 ‘엔허투’의 피하주사제형을 개발하게 된다.
알테오젠은 다이이찌산쿄로부터 계약금 2000만 달러(약 280억원)를 받게 된다. 국가별 제품 개발과 허가·판매 등 마일스톤 달성 때 최대 수령 가능한 기술료는 총 2억8000만 달러(약 4000억원)에 이른다.
사람의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구성된다. 표피는 피부 가장 바깥에서 각질을 생성하고 피부를 보호하며, 진피에는 모낭이나 피지선, 혈관, 신경, 근육 등이 위치한다. 가장 아래에 있는 피하조직은 지방을 저장하고 충격 완화, 체온 조절 등을 담당한다.
피하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면 먹는 것보다 흡수가 빠르고, 소화액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약물 투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하조직은 히알루론산으로 보호돼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 이를 극복한 기술이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성분인 히알루로니다제다.
이번에 알테오젠이 기술 이전한 ALT-B4는 인간 세포에서 유래한 히알루로니다제다. 피하조직의 투과성을 높여 약물이 피하조직에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만든다.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알테오젠은 지난 2월 MSD와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제형 개발을 위한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계약한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는 ADC 치료제라는 점에서 피하주사 제형 개발 가능성이 더욱 주목 받는 상황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항체와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이 결합한 형태의 치료제다. 정상 세포 공격을 최대한 줄이면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강점 덕분에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엔허투는 유방암에서 나타나는 HER2 단백질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인 트라스투주맙과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인 데룩스테칸을 결합한 항암제다.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유방암을 포함해 모든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지난해 27억8000만달러(약 3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다이이찌산쿄가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정맥주사제(IV)인 엔허투의 SC 제형 개발에 성공하면 이는 전 세계 최초 SC 제형의 ADC 항암제가 된다. 알테오젠 입장에선 엔허투 SC 제형 개발에 참여함에 따라 다른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현재 ADC 치료제를 적용하는 환자들이 이미 상당 수준 암이 진행된 중증 환자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피하주사제형 개발이 충분히 큰 장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역시 “세계적 기업인 다이이찌산쿄와 파트너십을 통해 엔허투의 피하주사제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환자와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새로운 대체 투여 경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치료제에 ALT-B4를 접목해 환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