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면역체계, 암 발병도 예방"
DNA 파손 감지하고 복구하는 면역체계 망가지면 암 발병율 치솟아
인체의 선천 면역 체계가 병원균에 대한 방어뿐 아니라 암의 발병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유전자와 발달(Genes & Development)》에 발표된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의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 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MSK의 존 페트리니 박사 연구실 과학자들은 최근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선천성 면역 신호가 DNA 복제 과정에서 유전체(게놈)이 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또한 이러한 면역 경로의 만성적인 활성화가 유방암에 걸린 생쥐 모델에서 종양 발생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페트리니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근본적인 인간 생물학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통찰력을 더할 뿐만 아니라 종양 발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잠재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명체는 손상된 DNA를 감지하고, 신호를 보내고, 복구하는 복잡한 경로를 진화시켜 왔다”며 “여기서 우리는 암과 더 일반적으로 인간 건강의 맥락에서 이러한 손상에 대응하는 선천 면역 체계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페트리니 연구실의 헥샤오 왕 박사후 연구원이 주 저자로《유전자와 발달》에 발표된 논문은 선천성 면역 신호와 유방 조직의 종양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페트리니 박사는 게놈에 불안정성이 발생하면 선천성 면역 체계의 만성적 활성화가 암 발병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이중 가닥 파손을 감지하고 복구함으로써 게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Mre11이라는 단백질 복합체에 초점을 맞췄다. Mre11 복합체의 문제가 어떻게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방 조직 오가노이드(실험실에서 키운 미니어처 장기)의 단백질 사본을 조작한 다음 이를 실험실 생쥐에 이식했다.
종양유전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가 이들 생쥐에서 활성화되자 종양 발생률이 정상 생쥐의 경우 약 5%인 것과 비교해 약 40%로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돌연변이 Mre11 유기체를 가진 쥐의 종양은 매우 공격적이었다.
이번 연구에선 돌연변이 Mre11이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ISG)의 더 높은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감염, 면역 반응 및 기타 세포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해 세포에서 방출되는 신호 분자다.
연구진은 또한 일반적으로 엄격하게 제어되는 DNA 포장이 이 오가노이드에서는 훼손되기 쉽다는 것도 발견한다. 이는 이는 전사할 수 없는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을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트리니 박사는 “우리는 실제로 서로 다른 두 그룹의 쥐 사이에서 5600개 이상의 유전자 발현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심오한 효과는 IFI205라는 면역 센서에 달려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IFI205가 결여되도록 오가노이드를 추가로 조작하자 DNA 포장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 생쥐들의 암 발병은 본질적으로 정상 생쥐와 동일한 속도로 돌아왔다.
페트리니 박사는 “우리가 배운 것은 다른 돌연변이처럼 유전되거나 일생 동안 발생할 수 있는 Mre11의 문제가 종양 유전자의 활성화가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폭주의 진정한 핵심은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경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선천적 면역 센서인 IFI205”라며 “Mre11에 문제가 발생하면 IFI205의 만성 활성화가 일어나 암 발병을 조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페트리니 연구소의 전 선임 과학자였던 크리스토퍼 워드로 박사가 주도해 2022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이전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이 연구는 게놈 무결성 유지에 있어 Mre11 복합체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Mre11 복합체가 비활성화되거나 결핍되면 세포의 세포질에 DNA가 축적되고 선천성 면역 신호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또한 주로 인터페론 자극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ISG15가 복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면서 게놈 안정성을 촉진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도 밝혔다. 페트리니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세포가 복제될 때 Mre11 복합체가 어떻게 게놈을 보호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떻게 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천성 면역 체계를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빛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genesdev.cshlp.org/content/early/2024/10/25/gad.351455.12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