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찢기는 고통”...18세부터 응급실 10번, 자살 시도까지 '이 병' 뭐길래?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앓는 20대 남성...10번이나 응급실 찾고 결국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려 해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CRPS)’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던 20대 영국 남성 사연이 공개됐다. CRPS는 팔, 다리, 손, 발 등에 만성적인 신경병성 통증이 나타나는 병으로 환자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최근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찰리 무어(21)는 18세부터 CRPS 증상을 겪었다. 당시 학업을 중퇴하고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방송국 MTV에서 견습직으로 일을 시작했던 찰리는 두통과 함께 오른쪽 팔과 손의 근육 경련을 경험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자 찰리는 꿈에 그려왔던 견습직을 그만둬야만 했다. 찰리는 “근육 경련이 나타나면 모든 근육이 서로를 잡아당기는 거 같다”며 “근육이 안에서부터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이부프로펜, 파라세타몰 등 진통제를 복용해도 소용없었다. 이후 찰리는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MRI 검사를 위한 6개월의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다리는 동안에 통증은 더욱 심해져 응급실을 10번이나 찾기도 했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이후 MRI 검사 결과에서도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었다.
원인도 모르는 통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손이 매우 차갑거나 뜨겁게 느껴지는 증상과 함께 부기, 변색 등도 이어졌다. 찰리는 “주로 오른손이 매우 차갑거나 뜨겁게 느껴진다”며 “거의 보라색에 가까울 정도로 부어오른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찰리는 작년 말, 극심한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이후 런던의 한 통증 클리닉에서 자신이 CRSP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답을 찾은 후 찰리는 3개월간 물리치료를 받았다. 현재도 매주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통증을 완화하는 신경차단주사를 맞기 위해 치료비 마련을 위한 기금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 나타나는 병...환자는 '타는 듯하다' 고통 호소
사연 속 남성이 앓는 CRPS는 신체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외상 등으로 다친 곳보다 훨씬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환자의 65% 이상은 외상 후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골절으로 인한 오랜 고정치료, 염좌, 수술, 치과치료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환자는 대부분 팔다리에서 통증을 느끼고 ‘타는 듯하다’ ‘칼로 찌르는 듯하다’ ‘조인다’ 등의 표현으로 통증을 표현한다. 근육 경련이 나타나면서 해당 부위가 화끈거리거나 아린 느낌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해당 부위는 부종과 피부 색까지 변할 수 있고 운동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환자는 감각이 예민해져 약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물건이나 상황에서도 환자는 고통을 겪는다. 바람이 불거나 옷, 종이 등이 몸에 닿아도 아픔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도 효과 없어...약물치료·신경차단요법 등 꾸준한 치료 이뤄져야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마약성 진통제가 효과가 없다. 위 사연처럼 이부프로펜 등 약물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가는 특징이 있고, 확실한 완치법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치료법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고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요법 등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정신과 치료도 이뤄진다.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도 CRPS는 10만명당 15~16명이 경험한다. 주로 50대 이상 발병률이 높다고 보고되나 우리나라에서는 군대에서 다치는 일이 잦아 군인의 CRPS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 배우 신동욱도 과거 군 복무를 하던 2010년 CRPS 진단을 받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