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신약개발 과정 ‘죽음의 계곡’ 넘는 방법은?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 “자금조달 역량이 핵심”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 [사진=코메디닷컴 DB]
“신약개발의 핵심은 언제 시장에 나오느냐다. 이에 따라 약가가 결정되고, 그 약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어렵다. 자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타깃을 잘 설정하고, 물질을 빠르게 개발해서 시장에 빠르게 내놓느냐, 이와 더불어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이사는 6일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아에스티 해외 RA(인허가업무)팀 팀장, 글로벌 사업개발팀장 등을 거쳐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됐다.

우 이사는 신약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여러 단계의 ‘죽음의 계곡’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데다 임상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이 길이 무척 길다고 했다. 타깃 발굴부터 마케팅까지 ▲표적 검증 ▲유효성 검증·우수한 후보물질 부족 ▲충분한 재원 확보 곤란·신약개발 프로젝트 매니저 부족 ▲포트폴리오 미스매치·CRO(임상시험수탁기관) 활용 경험 부족 ▲글로벌마케팅·브랜드 부족 등을 5개 죽음의 계곡으로 꼽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한국 제약회사 기준 한개의 파이프라인이 임상시험에 가기까지는 200억원 정도 든다. 비임상 시험을 CRO에 맡기고, 내부 인력을 구축하고 좋은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앞단에서 어디에 일을 맡기느냐 등에 따라 좋은 콘셉트의 약이라도 실패할 수가 있다. 결국 약의 운명은 예산 규모에 따라 앞 단계부터 천천히 결정되지만, 이게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단계 별로도 기회비용이라는 죽음의 계곡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준으로 4000억~5000억원, 글로벌제약사 기준 1조원 가량의 기회비용을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생존을 위해선 VC(벤처캐피털)와 PE(사모펀드) 투자 유치가 필요하며, SI(전략적 투자) 및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VC 투자 유치를 위한 성공 방정식도 전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선 기술력과 주요 인력 역량, 생동력, 생존력(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우 이사는 “당연히 제일 중요한 건 기술력이다. 개인적으론 시장 진출 5위 이내의 혁신신약 개발을 가지고 있고, 협업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주요 인력은 연구·개발·관리 역량과 메타인지(자기성찰력) 등이 중요하다. 이전에 투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회사도 많았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표이사 월급으로 얼마인지 평가할 정도”라며 “생동력은 회사 연구원들의 얼굴이 얼마나 살아있느냐를 보는 지표며, 회복탄력성은 실패해도 극복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죽음의 계곡을 넘기는 방법과 관련해 그는 “우선 자성해야 한다. 아직 금융권에서 바라보는 제약바이오 섹터는 ‘거짓말쟁이’다. 이런 인식을 깨고,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등 협력을 통한 성공 케이스가 많이 나와야 하며 투자 정책에 근거한 지속적인 투자, 기업 간 시너지 창출 토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옥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