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삼킬 때 목구멍 아파"...구강성교 때문에 '이 암', 지금 '유행병' 수준?
자궁경부암 원인인 HPV 인유두종 바이러스, 구강성교 등 성접촉에 의해 전파...구인두암 두경부암 등 증가 원인으로 지목, 서구권에서는 '유행병'처럼 급증
호주 시드니에 사는 46세 조 머레이는 2019년 말에 침 삼킬 때 목구멍에 통증을 느꼈다. 단순한 목감기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목 부위에 작은 덩어리를 발견한 후 여러 번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머레이는 편도와 혀 기저부, 왼쪽 림프절에 암이 퍼져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입안과 목구멍 사이에 발생한 구인두암(oropharyngeal cancer)이었다. 원인은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자와의 성접촉, 특히 구강성교에 의해 걸린 것으로 짐작됐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HPV는 성적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한다"며, "성에 대한 대화를 금기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적으로 전파되는 HPV가 여성의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구강암, 두경부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성에 관한 대화를 금기시하는 경향 때문에 HPV와 관련된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최근 따르면 위 머레이의 사례처럼 현재 성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HPV가 최근 구강암 및 두경부암 증가와 관련성이 높다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구강 건강 재단(The Oral Health Foundation)에 따르면, 매년 영국에서 1만 825건의 구강암이 새롭게 진단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년 동안 133%나 증가한 수치다. 영국 암 연구 재단(Cancer Research UK)은 "특히 구강 및 인후암의 주요 원인으로 HPV 감염이 꼽히며, 구강 및 인후암 사례의 70%가 HPV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구강성교 파트너 많으면 최대 9배 증가, "서구에서 거의 유행병 수준"
전문가들은 HPV가 혀 뒷부분, 편도, 인후에 발생하는 구인두암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말한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히샴 메하나 박사는 "다수의 구강성교 파트너를 가진 사람들이 이 암의 위험이 최대 9배 증가할 수 있다"며 "서구에서 구인두암이 급증하는 상황은 거의 '유행병' 수준이다"고 말했다.
특히 구강성교는 HPV가 구강과 인후(두경부) 부위로 전파될 수 있는 주요 경로다. 감염된 파트너의 생식기 부위에 존재하는 HPV 바이러스가 구강으로 전이될 수 있으며, 이는 구강 및 인후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키스를 통한 전파도 가능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딥키스, 즉 타액과 구강 내의 점막이 접촉하는 행위도 HPV의 구강 전파 경로 중 하나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감염자의 구강이나 입 주변에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 감염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
드문 경우지만, 손 등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감염된 생식기 부위를 만진 후 구강 부위에 접촉이 이루어질 경우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구강이나 인후 부위에 미세한 상처가 있을 경우 HPV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콘돔이나 덴탈 댐(구강 성교 시 사용하는 얇은 막)은 HPV 감염 위험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100% 완전하지 않다. HPV는 피부와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생식기 부위 주변에 있는 피부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김현정 교수는 "치과계에서도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과 구강암간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실제로 구강암의 약 15~50%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구강 건강 재단은 안전한 성생활을 권장하고 있으며, 파트너 수를 제한하는 것이 HPV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HPV 백신은 8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고, 쉽게 접종 가능하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 중 한 번은 HPV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어느 시점에는 인구의 약 3분의 1이 감염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초기에 구내염으로 오인할 수 있어, 2-3주 지속되면 구강암 검사 권장
구강암은 입술·혀·뺨의 안쪽 표면, 경구개(입천장의 앞부분), 잇몸 등 입안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구강암의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8.5명이다.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2021년 구강암 신규 환자는 4371명으로 2016년 3628명 대비 5년간 20.5% 증가했다. 성별로는 2021년 기준 남성 3159명, 여성 1212명으로 남성 환자가 2.6배 더 많다. 아직 국내에선 HPV로 인한 구강암 발병률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5년 생존율은 악성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50~60%로 보고된다. 조기 발견은 생존율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빨리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은 80% 이상이다. 구강암의 징후로는 2~3주 이상 치유되지 않는 △구강 궤양 △붓기 △덩어리 △붉거나 하얀 반점 △헐거워진 치아 △목의 통증 및 삼키기 어려움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빠른 진단을 위해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현정 교수는 "구강암의 초기 증상은 구내염과 유사해 종종 구내염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특히, 구내염으로 보이는 증상이 2주간 자연 치유가 되지 않고, 염증 양상이 구내염과 다른 경우 구강암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구내염은 혀나 입안 점막에 어디에나 생기며, 대개 2~3 mm의 궤양으로 2주 정도 고생하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구강암은 궤양이 치유되지 않거나 점차 진행되는 특성을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