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 자궁내막암 환자, 림프절 절제 꼭 필요한건 아냐"
분당서울대병원 김기동 교수팀 "분화도 높아도 저위험이면 불필요"
저위험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림프절 절제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간 지속된 자궁내막암 환자의 림프절 절제술 불필요 논란에 근거를 더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 연구팀은 혈액 및 영상검사에서 저위험으로 분류되는 자궁내막암 환자는 분화도가 높더라도 림프절 절제술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님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화도는 암세포의 구조와 기능이 특수화되고 성숙한 정도를 말하며, 암 진행 정도를 알아보는 지표로 쓰인다. 등급(Grade)1부터 4까지 분류하며 숫자가 클수록 분열 속도가 빨라 전이가 잘 일어난다.
자궁내막암은 여성 생식기 암 중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약 73%의 환자가 초기에 발견하며 5년 생존율은 85~91%에 이른다. 자궁내막암 수술에는 림프절 절제술이 포함된다. 림프절 절제술은 암의 전이를 발견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 증가할 위험이 높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초기 저위험 자궁내막암의 경우 림프절 절제술이 생존율 개선에 기여하지 않으며, 절제술을 받지 않은 환자보다 더 많은 합병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림프절 절제술을 생략하거나 림프절 생검술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그러나 분화도가 등급3으로 높은 경우에는 전이와 재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초기 저위험 자궁내막암 환자들도 대부분 림프절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기동 교수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7개 의료기관에서 자궁적출술을 받은 등급3의 초기 저위험 자궁내막암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림프절 전이와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저위험의 기준은 자궁근층 침윤이 50% 미만, 혈청 CA-125 수치 정상, MRI(자기공명영상)상 암세포가 자궁체부를 벗어나지 않은 환자다.
연구 결과 림프절 전이율은 단 2.8%에 그쳤으며, 5년 재발이 없는 생존율은 88.7%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등급3이더라도 수술 전 영상 검사 및 혈액검사 등에서 저위험 자궁내막암으로 분류된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가 드물고 예후도 양호함을 확인함으로써 림프절 절제술의 필요성을 재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동 교수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림프절 절제술을 줄임으로써 불필요한 수술을 피하는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등급3의 저위험 자궁내막암 환자군에서 전이 및 재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지표를 탐색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더욱 정밀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논문은 최근 국제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