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축 처진 덩어리 무엇?"...기생충에 감염된 30대男 앞도 못봐, 무슨 일?

물 기생충 '리노스포리디움 세베리'에 눈 조직 감염돼 5년에 걸쳐 종양 자라나, 혈관섬유종까지 발생...가슴까지 처진 채 뒀다가 병원 찾은 30대 남성의 사례 보고

눈이 기생충에 감염된 한 남성이 결국 종양이 거대하게 자라나 가슴까지 내려올 지경에 이르다 앞을 못보게 된 사례가 보고됐다. 오른쪽 사진 =조영제를 사용한 눈 주위 MRI 검사에서 눈꺼풀 앞쪽 조직이 두꺼워지고, 눈 윗부분에 있는 큰 정맥(상안정맥)이 늘어난 상태가 보임. [사진 출처=영국의학저널 케이스 리포트 https://casereports.bmj.com/content/17/10/e262679#article-bottom]
눈에 기생충이 감염된 한 남성이 종양 덩어리가 계속 자라나 결국 가슴까지 내려올 지경에 이르다 눈이 가려 앞을 못보게 됐던 사례가 보고됐다.

인도 부바네스와르에 있는 인도의학연구소(All India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 의료진이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케이스 리포트에 최근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익명의 30대 남이 왼쪽 눈에 덩어리가 축 눌어진 채로 병원을 찾았다. 그의 왼쪽 눈꺼풀의 부기로 시작된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덩어리가 눈꺼풀에서 가슴 부위까지 늘어졌다. 5년에 걸쳐 자몽크기 만큼 덩어리가 커지면서 주변 피부를 당겨 왼쪽 눈은 늘어진 살에 뒤덮였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의료진은 그의 상태에 대해 "심각한 기능 장애와 외모 변형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눈 덩어리가 축늘어진 채 심각한 상태로 병원을 찾은 그의 검사 결과, 이 원형의 늘어진 덩어리(종양) 자체는 지름 15cm x 14cm로 자몽 크기만 했다. 이 덩어리가 눈구멍에 피부와 조직으로 연결된 채 10cm 길이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검사결과, 코와 눈 주위 조직에 종양을 일으키는 '리노스포리디움 세베리 (Rhinosporidium seeberi)'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생긴 것이다. 눈 주위 조직이 염증을 일으키면서 종양 덩어리를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이 물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는 리노스포리디오증과 혈관 및 섬유 조직으로 이루어진 양성 종양인 혈관섬유종(angiofibroma)으로 진단했다. 의료진은 이러한 기생충 감염과 종양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 남성이 어떻게 기생충에 감염됐는지, 얼마나 오래 체내에 머물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전에 보고된 바에 따라 민물 연못, 호수 또는 강에서 수영하거나 목욕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게재했다.

외과의료진은 남성의 눈에서 이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덩어리를 공급하는 변형된 거대한 혈관들을 소작해 출혈을 방지하고, 늘어난 피부를 재건했다. 이 남성은 수술 후 회복했으며, 살로 가려져 있던 왼쪽 눈이 원래 모습을 되찾으면서 눈의 시력도 회복했다.

의료진은 보고서에서 "수술 후 3개월 후, 환자는 시력과 해부학적 기능을 잘 회복했다"며 "혈관섬유종과 리노스포리디오증 사이의 확실한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사례는 이 두 질환의 연관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특히 종양이 장기간 존재했을 경우 이 상태들이 겹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 스리랑카 등 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물 기생충에 의한 감염...혈관섬유종까지 동반

남성의 눈에 문제를 일으킨 리노스포리디움 세베리는 주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발견되는 물 기생충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기생충은 연못, 강, 호수와 같이 민물 환경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에 들어오면 점막을 통해 코, 눈, 구강 등의 부위에 영향을 주며 종양 형태의 병변을 일으킨다. 특히 인도와 스리랑카 같은 열대 기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리노스포리디움 세베리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 질환 '리노스포리디오증'은 주로 코와 결막 같은 점막 부위에 감염되며, 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종양이나 결절이 발생할 수 있다. 감염되면 코 막힘, 비정상적 출혈, 결막 충혈, 비대칭적인 얼굴 변화가 나타난다. 붉거나 회색의 폴립 형태, 비강 내부에서 커지는 덩어리 형태로 병변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생검을 통한 진단 후 외과적 절제 및 소작법으로 병변을 제거한다. 항생제나 항진균제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사례에서 이 남성에게 리노스포리디오증과 같이 동반된 혈관섬유종은 혈관과 섬유 조직으로 이루어진 양성 종양으로, 주로 코와 코 주변의 점막 조직에서 발생한다. 청소년기(특히 남자)에 나타나는 비인강 혈관섬유종(Juvenile Nasopharyngeal Angiofibroma)이 가장 흔하다. 비강, 비인강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혈관이 풍부하고 출혈 위험이 높은 덩어리 형태로 나타나면서 코막힘, 코출혈, 얼굴 통증, 심한 경우 두통과 시력 장애가 주된 증상이다.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치료 방식이 결정되며, 외과적 절제가 일반적이다. 종양에 혈관이 많아 출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수술 전에 혈관색전술을 시행하여 출혈을 줄이기도 한다.

의료진이 보고한 것 처럼 리노스포리디오증과 혈관섬유종이 함께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물지만, 이러한 동반성은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조직에 영향을 주어 혈관섬유종과 같은 종양이 생기는 경우로 추정되고 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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