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후 유방에서 피가"…26세에 왼쪽 가슴 절제한 女, '0기 유방암' 뭐길래?
왼쪽 가슴에서 출혈·멍울 발견...여러 차례 병원 찾은 후 유관 상피내암 진단받아
26세에 초기 유방암에 걸려 왼쪽 가슴을 절제한 여성 사연이 공개됐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뉴캐슬에 사는 코트니 베일리(26)는 지난 6월 샤워 후 왼쪽 가슴에서 피가 묻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이틀 후 병원에 갔지만 코트니는 의사로부터 호르몬 불균형 때문일 것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며칠 뒤 같은 쪽 가슴에 작은 멍울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가슴에만 출혈, 멍울이 나타나자 증상을 좀처럼 가볍게 여기기 어려웠던 코트니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유방 클리닉을 찾았다. 클리닉에서도 초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으나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유관 상피내암(Ductal Carcinoma In Situ·DCI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코트니의 유관과 외부 조직에서 전암세포(precancerous cells)가 발견된 것이다. 전암세포란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비정상적인 세포다. 유관 상피내암은 '유방암 0기'라 불리며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잘 전이되지 않는 암이라서 '제자리 암'이라고도 한다.
코트니는 암세포로 발전하지 않도록 왼쪽 유방 절제술(mastectomy)을 받고 보형물을 이식했다. 그는 “진단 후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며 “신체의 외관은 사소한 부분이라 생각했고 확실하게 암을 제거하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코트니는 조직에 암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종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관 세포에 생긴 유관 상피내암…기저막 침범하지 않아 0기 암, 초기 암에 해당
코트니에게 발생한 유관 상피내암은 유방암의 일종이다. 유방암은 암이 기원한 세포의 종류와 침윤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먼저 암의 발생 부위를 기준으로 유관암, 소엽암 등 실질조직에 생기는 암과 그 외 간질조직에 생기는 암으로 나뉜다. 실질조직에 발생하는 암은 다시 암세포의 침윤(주변 세포나 조직에 파고드는 것) 정도에 따라 침윤성 또는 비침윤성 유방암으로 나뉜다.
유관 상피내암은 유관을 이루는 세포에 암이 생겼으나 기저막으로 퍼지지 않은 암이다. 이와 달리 유관 세포에 생긴 암이 유관 기저막까지 침범하면 침윤성 유관암이라 한다.
기저막을 침범하지 않은 유관 상피내암은 다행히 0기 암, 초기 암에 해당한다. 침윤성 유방암 등보다 훨씬 예후가 좋다. 하지만 암세포가 기저막을 뚫고 자라면 침윤성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사연 속 여성처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치료는 암 진행 정도와 발생 부위, 크기 등에 따라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항호르몬요법 등을 적절히 조합해 이뤄진다.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술 이뤄지기도…상피내암 포함 국내 유방암 발생자 수 연간 3만 명 넘어
수술은 암이 위치한 쪽의 가슴을 절제하거나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 등이 진행된다. 대부분 수술을 먼저 진행한 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치료하지만 종양이 크다면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하기도 한다. 사연 속 여성처럼 유방암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예방 차원에서 수술이 진행될 수 있다.
유방암의 원인은 유전, 호르몬, 음주, 비만, 연령 등 다양하다. 유방은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어 어떤 세포든 암세포로 변이될 수도 있어 종류도 많다. 국내에서도 유방암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가 발표한 2024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0기암인 상피내암을 포함한 국내 유방암 발생자 수는 2021년 3만 4628명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연간 3만 명을 넘긴 것이다.
유방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 가슴의 크기, 모양이 변한다. 멍울과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등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건강검진을 통해 유방암이 발견되는 사례도 많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미루지 않고 받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