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 '공부 잘하는 약' 둔갑?..."효과 어림없어"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교수, “호전된 증상을 학습능력으로 오인”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알려진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치료제가 실제로 학습 능력을 높이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일 중앙대병원에서 열린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공부 잘하게 만드는 약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이같은 전문가 의견을 밝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DHD 약제의 오·남용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 계열이 꼽힌다.
이 교수는 “마약류인 ADHD 치료제를 공부 잘하는 약으로 먹고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접한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미국에서도 ADHD 약물을 오남용하는 인원이 1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이 교수는 ADHD 약물이 결코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가방의 무게를 유지하면서 비싼 물건을 담도록 하는 문제를 주고 위약(가짜약)과 메틸페니데이트를 투약한 인원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메틸페니데이트를 투약한 인원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이런 결과는 약이 특정 사람들한테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머지 인원에는 효과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8362명을 추적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만 18세까지 ADHD 약물을 복용한 이들을 만 35세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청소년기에 이들 약물을 오남용한 그룹은 대학 학위를 취득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낮게 관찰된 것이다.
이 외에도 ADHD 증세가 없는 대학생 898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약물을 사용해 성적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만 성적이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약물을 복용했거나 사용하다가 중단한 경우, 지속해서 투약한 그룹은 이렇다 할 성적 변화가 없었다.
김 교수는 “ADHD를 진단받고 처방받아서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약을 사용했을 때엔 오히려 대학 진학률이나 학업 성취도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며 "ADHD 증상이 호전된 것을 학습 능력이 좋아졌다고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