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부터 1000일, 설탕 ‘확’ 줄이면…당뇨·고혈압 위험 ‘뚝’

당뇨병 35%, 고혈압 25% 위험 낮출 수 있어…2차세계대전 후 영국의 설탕 배급 등 관련 통계 분석 결과

설탕만큼 달콤한 유혹도 드물다. 태아부터 1000일 동안 설탕을 멀리하면 당뇨병, 고혈압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엄마의 식생활 습관은 자녀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부터 설탕 섭취량을 확 줄이고, 아이가 태어난 뒤 약 2년 동안 아이에게 설탕 섭취를 제한하면 자녀의 당뇨병, 고혈압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등 공동 연구팀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중에 시작한 설탕 및 식료품 배급과 이후 건강상태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어나기까지 약 1000일 동안 설탕을 별로 섭취하지 못한 아이는 다른 시기에 설탕을 많이 섭취한 아이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약 35%, 고혈압 위험이 약 2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Exposure to sugar rationing in the first 1000 days of life protected against chronic disease)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서던캘리포니아대 타데자 그라츠너 박사(경제학, 사회경제연구센터)는 "임신부터 만 2세까지 태아 및 아이의 첫 1000일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기간 동안의 잘못된 식습관은 성인이 된 뒤의 나쁜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궁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애 초기의 설탕 제한은 훗날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생애 초기의 설탕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장하는 식이 지침이 있지만 태아의 영양 섭취, 모유 수유, 유아용 분유, 고형식 등을 통해 생애 초기 동안 설탕에 많이 노출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영유아가 매일 가당 식품과 음료를 섭취한다.

연구팀은 조기 설탕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중 시작된 설탕 및 식료품 배급이라는 영국의 '자연 실험'(약 10년) 데이터를 활용했다. 당시 배급 기간의 임산부와 어린이에 대한 설탕 허용량은 오늘날 식단 지침의 허용량과 비슷했다. 하지만 배급이 끝나자마자 설탕 소비량은 하룻밤 사이에 약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사용해 태아기 등 생애 초기 동안 설탕 배급에 노출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설탕 섭취량의 제한은 당뇨병과 고혈압에 걸릴 확률을 낮춤은 물론, 이들 병의 발병 시기를 4년과 2년 늦춰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태아일 때 설탕 공급을 제한받은 것만으로도 이들 병에 걸릴 위험이 약 3분의 1이나 낮아졌다. 이 연구에는 미국 시카고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도 참여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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