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 쭉 빠지고 눈앞이 흐릿"...잇몸 피난데서 시작, 제1.5형 당뇨병이라고?
1년 동안 체중 20kg 가까이 줄고 눈앞이 흐릿해지던 남성, 당뇨병 진단 받은 사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시력이 나빠지는 거라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당뇨병 진단을 받은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매체 메트로의 보도에 따르면, 30대 후반인 게리 라이언은 어느 순간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흐려져 휴대폰 화면을 보려면 얼굴을 찡그려야 했고, 작은 글씨는 불빛 가까이에서 봐야만 했다. 그러다 점점 세상이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며 계단에서 발을 내딛는 것조차 위험하게 느껴졌고, 사람들의 얼굴이 유령처럼 녹아내린 듯 보였다. 그를 진료한 의사는 시력 검사를 받기 전 체중을 재보자고 했는데, 당시 몸무게가 겨우 44kg 정도였다. 1년 만에 20kg 가까이 줄어 있었다.
의사는 우려를 표하며 혈당 검사를 권했고, 검사 결과 수치가 30 mmol/L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 공복 혈당은 3.9~5.6 mmol/L 사이다. 5.6~6.9 mmol/L이면 당뇨병 전단계로 간주된다. 급히 병원을 찾은 그는 성인 지연형 자가면역 당뇨병(Latent Autoimmune Diabetes in Adults, LADA) 진단을 받았다. 성인 지연형 자가면역 당뇨병은 1.5형 당뇨병으로도 불리는데, 이유는 신체의 면역시스템이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제1형 당뇨병과 신체가 충분한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증상이 1년 전 잇몸에서 피가 나는 걸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치위생사가 당뇨병 검사를 권해 병원을 찾았었지만, 의사는 당뇨병을 걱정하기에 그가 너무 말랐고 활동적이라고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엄청난 갈증을 느끼는 증상이 시작됐다. 입안이 너무 건조했고, 소변을 자주 봤다. 단 음식이 너무 당겨 초콜릿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제2형 당뇨병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의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그는 하루에 한 번 지속형 인슐린과 식사 10분 전 속효성 인슐린을 주사하며 지내고 있다. 또한 혈당을 추적하는 연속 혈당 측정기를 사용한다. 혈당이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력이 더 나빠지고, 손발에 신경통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났었지만 지금은 안정된 상태다.
제1형과 제2형 특징 모두 보이는 1.5형 당뇨병…미국당뇨병학회는 제1형으로 분류
성인 지연형 자가면역 당뇨병은 성인기에 시작되어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악화되는 유형의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췌장이 더 이상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자가면역 과정이 췌장의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제1형 당뇨병과는 다르게 진행이 느려 곧바로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1.5형 당뇨병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성인 지연형 자가면역 당뇨병을 뚜렷한 당뇨병 유형이 아닌, 성인에서 발병하는 진행이 느린 제1형 당뇨병으로 본다. 처음에는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사례도 많다. 증상이 보통 30세가 넘어서 시작되며, 췌장에서 여전히 인슐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상은 빈뇨, 갈증, 피로, 체중 감소 등 다른 당뇨병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제1형보다 증상이 훨씬 느리게 나타나며, 제2형보다는 더 분명하고 빠르게 나타난다. 과체중이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인 반면, 성인 지연형 자가면역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한 체중인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규칙적인 운동, 체중 감량, 건강한 식단, 금연과 같은 생활습관 변화 및 약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신체가 인슐린을 만드는 능력을 천천히 잃어가면서 결국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이 질환 또한 진행을 늦추고 질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