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정책, 결국 소비자 부담 더 키운다”

연세대 최윤정 교수 연구팀,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영향 분석 공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장세를 둔화할 뿐 아니라 소비자 부담을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최윤정 교수는 25일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에서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최 교수와 함께 강창희 중앙대학교 교수, 전현배 서강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2011년 기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 중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매출액 정보가 관측되는 총 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12년 4월 약가 일괄인하에 대한 기업별 노출도(처치강도)를 측정해 약노출, 중노출, 강노출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성과와 행태 변화를 분석했다. 또한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 생산자,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약가 인하 중노출 기업 41개는 약가 인하가 없었을 가상의 상황에 비해 2012년 매출액이 약 8% 감소했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액이 23%~32%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강노출 기업 33개는 같은 상황에서 2012년 매출액이 약 12%, 2013~2019년 매출액이 31~51%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측면에서는 약가 인하 노출도가 클수록 매출 성장세도 상대적으로 둔화됐다. 2011년 매출액을 대상으로 하위(300억원 미만), 중위(300억~1000억원 미만), 상위(1500억원 이상)로 나눴을 때 2013년부터는 중위기업과 상위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였고, 2015년부터는 하위기업에서 매출액 성장세가 꺾였다.

연구팀은 “2012년 일괄약가인하 정책이 기업의 매출액 성장세를 둔화시켰다”며 “제약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대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이 판매하는 품목에도 영향이 있었다. 약가 인하 노출기업의 비급여의약품 수는 2012년 약 31.5%, 2013년~2019년 11.2%~34.5% 증가했다. 매출 감소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의약품 품목 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급여의약품의 생산 비중도 10% 가량 감소했다. 또한 약가를 인하하지 않은 전문의약품 생산은 늘리고, 인하 대상 전문의약품 생산은 줄이는 등 변화도 포착됐다.

연구팀은 "기업이 약가 인하 충격이 적은 비급여의약품 생산을 늘리는 행태로 변화하면서 소비자 약제비 부담이 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줄었다”며 “일괄약가인하 정책이 없었다면 기업의 자체 생산 매출액이 유지되거나 더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이어 “약가 인하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자체 생산 능력, 의약품 수급에 안정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 완화에도 크게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구조·행태·성과에 인과성과 역동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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