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류독감 인체감염 올해만 30건 넘어서"

동물접촉 없는 조류독감 감염 사례는 2명만 확인돼

올해 들어 미국에서 조류독감 인체 감염 사례가 30건을 넘어섰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8월 동물접촉 없이 조류독감으로 입원한 미주리주 환자와 가족 구성원 한 명도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다행히 입원환자를 돌본 의료진 중 유사증세를 보인 사람들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사람 간 전파 확산 우려는 잦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에서 조류독감 인체 감염 사례가 30건을 넘어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확진사례는 31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니라브 샤 수석부국장은 이날 뉴스 브리핑에서 "조사가 계속됨에 따라 추가 사례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주에 15건의 인간 조류 독감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에서는 감염된 가금류 종사자 2명과 양성으로 추정되는 다른 5명이 보고됐다. 워싱턴주의 가금류 노동자들은 젖소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는 다른 바이러스 버전에 감염됐다고 샤 부국장은 지적했다.

미주리주의 두 환자를 제외한 모든 감염은 감염된 가금류나 소에 대한 노출과 관련이 있다. 미주리주 감염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감염자 중 누구도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당국 조사관들은 미주리주 환자와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감염된 동물에 노출되지 않았고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원유 제품을 섭취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보건당국은 미주리주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개인 간 감염을 배제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공통 감염원을 시사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다른 시기에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동시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의 그레고리 그레이 교수(역학)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꽤 크다”면서 “일부 제한적 인간 대 인간 전염은 완전한 인간 대 인간 전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주리주의 입원환자는 일상적 계절독감 검사를 받았다가 조류 독감 바이러스인 H5N1 양성 판정을 받았다. CDC는 나중에 해당 환자와 접촉한 가족 구성원 1명과 의료진 6명이 독감과 관련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 중 가족구성원 1명만이 질병 당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고 모든 의료진은 모두 독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이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DC 과학자들은 입원한 환자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 버전에 맞는 항체검사에 집중했다. 의료진 중 누구도 관련 항체를 보유하지 않았으며, 이는 이들이 감염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이러한 검사의 결과가 항상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항체를 너무 적게 생성하면 감염의 증거를 놓칠 수 있다. 의료진은 심각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에모리대의 시마 락다왈라 교수(바이러스학)는 “매우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만큼 강력한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가족 접촉에 대한 검사 결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례’라고 부르기 위해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가족구성원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감염을 시사한다고 CDC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방보건당국은 미시건주 입원환자에게서 발견된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요인들도 이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라이언 랭글로이스 교수(바이러스 면역학)도 “인간에게 전염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미주리주에서 감염된 두 사람 모두 검사 결과 바이러스 수치가 낮았고 위장 문제가 있었지만 독감 감염과 관련된 호흡기 증상은 그렇지 않았다. 랭글로이스 교수는 “호흡기 확산에 적합한 바이러스에 대해 걱정할 만한 특성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물론 몇 가지 돌연변이만 있어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CDC에 따르면 감염된 캘리포니아 주민 3명으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결과 일부 돌연변이가 발견됐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더 쉽게 퍼질 수 있는 돌연변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인체 감염은 바이러스가 진화하여 필요한 돌연변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의 스캇 헨슬리 교수(바이러스 면역학)는 “인체 감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제가 걱정하는 것은 골문 앞에서 슛이 너무 많이 난사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감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전문가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서로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조류독감과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인은 H5N1이 계절성 독감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퍼질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대 유제품 생산지이지만 캘리포니아주는 8월 말까지 첫 번째 감염 집단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10월 24일 현재 캘리포니아주 내 137개 낙농장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되어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15건의 인체 사례는 감염된 젖소에 직접 노출된 낙농업 종사자들에게서 확인됐다. 주 당국에 따르면 이들의 증상은 경미했으며 입원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감염된 소 무리의 수는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하며, 주 보건부는 더 많은 인간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인정했다.

헨슬리 교수는 “캘리포니아는 매우 우려스러운 곳”이라며 “매주 보고되는 사례 수가 좋은 감시와 보고체계 때문인지 아니면 캘리포니아주에서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서화되지 않은 노출이 너무 많을 것”이라며 무증상이더라도 감염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혈청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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