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전기자극 가하는 우울증 치료, 집에서 받는다?
경두개직류자극(tDCS) 헤드셋 원격치료 임상시험서 45% 치료효과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우울증 치료를 집에서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원격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자매학술지인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영국과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CL)의 신시아 푸 교수(임상심경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항우울제나 심리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집에서 두피를 자극하는 전극이 달리 수영모 형태의 헤드셋을 착용하고 받는 원격치료를 10주간 정기적으로 받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45%가 증상 완화 내지 회복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경두개직류자극(tDCS)으로 알려진 이 비침습적 치료는 기분 조절과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할 수 있게 두피에 통증이 없고 약한 전류를 전달한다. tDCS는 이미 정신병 및 섭식 장애와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안전성도 검증됐다. 뇌로 전달되는 전류는 뇌에 전신 발작을 유발하는 전기경련치료에 사용되는 전류보다 최소 400배 약하다.
연구진은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뇌의 부위인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 부위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활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푸 교수는 “tDCS에는 뇌 세포의 방전 또는 발화를 더 쉽게 만드는 작은 전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치료에 tDCS를 사용하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참가자가 매일 전문 클리닉을 방문할 필요 없이 집에서 의료진의 원격 도움으로 치료를 받게 한 설계가 돋보이는 연구다. 연구결과를 검토한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SW)의 숀 맥클린톡 교수(임상 심리심경학)은 “가정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주요 우울 장애 진단을 받은 120명의 여성과 54명의 남성에게 tDCS 헤드셋을 사용하도록 교육하고 무작위 선정으로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치료군에 속한 환자들은 두피에 2밀리암페어(mA‧100와트 전구가 끌어오는 전류량의 약 0.5%)의 전기자극을 30분씩 받게 했다. 처음 3주 동안은 주 5회씩, 이후 3주 동안은 주 3회씩. 대조군 환자들은 각 세션이 시작될 때 짧은 전류 펄스만 전달해 비슷한 느낌만 주는 가짜 헤드셋을 착용하게 했다.
10주 후 우울 증상을 측정하는 척도에서 치료 그룹의 점수는 9.41점 하락한 반면 대조군의 점수는 7.14점 하락했다. 활성 tDCS 기기를 사용하는 참가자의 거의 45%가 증상 감소 또는 회복을 경험했다. 반면 가짜 기기를 사용한 대조군에서 22%만이 증상 감소 및 회복을 경험했다.
헤드셋은 다른 치료법과 함께 병용됐다. 많은 참가자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연구 전 최소 6주 동안 심리치료를 받았다.
연구결과는 고무적이지만 tDCS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1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tDCS의 항우울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가진 임상시험은 이 치료법의 잠재력을 조사하는 데 똑같이 중요하다고 논문을 검토한 독일 뮌헨대의 프랭크 패드버그 교수(정신과)는 강조했다. 패드버그 교수는 “사람마다 치료효과가 발생하는 용량이 다르다”면서 다음 단계는 왜 tDCS가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는지 이해하고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연구에서는 뇌 영상 및 전기 기록을 사용하여 tDCS 치료 중 신경 회로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고 맥클린톡 교수는 말했다. 이는 “이 치료가 실제로 신경 회로 수준에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게 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패드버그 교수는 tDCS가 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30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효과가 있음이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언젠가는 최적화된 방법으로 임상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4-03305-y)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