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로 군대 못 가는 사람, ‘이 시술’ 받으면 사라진다?
나사 박는 ‘발뒤꿈치뼈 정지 시술’, 가장 적합한 나이 12세…종전의 ‘보존적 치료’와 ‘발 재건 수술’ 단점 보완
국내에선 평발이 아주 심한 남성은 군 입대를 면제받을 수 있다. 뒤집어보면 덜 심한 평발로 군대에 입대한 뒤 구보, 행군 등 훈련을 받을 때 고생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뜻이다. 평발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인구의 10~20%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발을 가진 사람의 발목 근처를 일부 짼 뒤 특수 나사(SESA 나사)를 박아 발을 안정시키고 뼈가 평평한 위치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발뒤꿈치뼈(종골) 정지 시술’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 연구팀은 ‘발뒤꿈치뼈 정지 시술’(일명 SESA 시술)을 평발 어린이 환자 37명에게 시술한 결과 매우 좋은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대부분 어린이는 청소년기 초반이 되면 발에 활 모양의 아치가 생긴다. 하지만 최대 20%는 유연성 평발(편평족, Pes planovalgus)을 갖는다. 평발 어린이 가운데 상당수는 발에 지속적인 통증을 느껴 스포츠 등 신체활동에 적지 않은 불편을 겪는다.
최근까지 미국에서는 평발 치료법으로 ‘보존적 치료’와 수차례의 절골술을 거치는 ‘발 재건술’이라는 수술 치료 등 두 가지가 주로 쓰였다. 하지만 평발이 어린이의 이동성에 문제를 일으키면 스트레칭, 아치 지지대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발 재건술에는 장기간의 침상 안정과 6개월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보스턴아동병원 수잔 마한 박사(정형외과 전문의, 하지 프로그램 담당)는 “특히 사춘기 전 청소년이나 청소년은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게 ‘발뒤꿈치뼈 정지 시술’이다. 이 시술은 ‘거골하 관절 외 나사 관절제동술(Subtalar extra-articular screw arthroereisis, SESA)' 나사를 발에 박는 시술이다. 스페인에서 개발된 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주로 적용돼 왔다. 복잡한 발 재건술을 하지 않고 유연성 평발을 교정하는 최소 침습적 시술이다. 외과의사는 발뒤꿈치뼈를 중립 위치로 이동시키고 발목 근처를 일부 절개한 뒤 특수 나사 1개를 삽입한다. 이 나사는 발을 안정시키고 뼈가 평평한 위치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는 ‘기계적 장벽’ 역할을 한다.
시술 후 환자는 나사가 부딪히는 부위를 느끼고 발의 작은 근육을 자연스럽게 사용해 아치를 만들게 된다. 새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높은 12세 정도가 이 시술에 가장 적합한 연령인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에게 더 적극적인 수술이 필요하면 특수 나사를 제거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발뒤꿈치뼈 정지 시술’은 치료 효과가 높고, 합병증이 적고,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한 박사는 2018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외과의사(마우리치오 데 펠레그린)에게서 이 시술을 배운 뒤, 미국에서 이를 보급하고 있다. 연구팀은 ‘개념 증명’ 차원에서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37명의 평발 환자(평균 연령 13세)에게 이 시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방사선 검사 결과, 시술 후 평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환자는 아치 발달, 발 기능, 발의 전반적인 외형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거의 모든 환자가 양쪽 발을 모두 치료받았다. 마한 박사는 “이 최소 침습적 접근법으로 많은 평발 어린이가 대수술을 피하면서 정상적인 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Subtalar extra-articular screw arthroereisis: Early North American experience in a novel minimally invasive treatment for pediatric pes planovalgus)는 ≪북미 소아정형외과학회 저널(Journal of the Pediatric Orthopaedic Society of North America)≫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