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이 위고비처럼 비만 치료? 허무맹랑한 광고 넘친다

의료계 "유산균과 GLP-1 연관 없어...주의 필요"

온라인 쇼핑몰에 '위고비'를 검색하자 나온 제품들. 'GLP-1'이 생성된다는 유산균 제품들이다. [사진=온라인 쇼핑몰]
최근 국내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뜨거운 반응을 얻자 이에 편승해 위고비처럼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며 불법 광고하는 유산균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위고비 성분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을 생성하는 유산균이라며 근거 없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코메디닷컴 취재진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위고비'를 검색하자 다양한 제품들이 펼쳐졌다.

A제품에는 '다이어트 유산균'이라는 제목 아래 '지엘피 다이어트 유산균 GLP-1 유사체 특허 지엘피원 생성'이라는 소개 문구가 붙었다.

B제품은 위고비 이름을 살짝 바꾼 '위0비'라고 표기하면서 'GLP-1 복합추출물 AK 다이어트 식욕억제'라고 설명했다.

C제품은 여기에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도 붙여 '비만치료제 GLP1 생성 아커만시아 삭센다 위고비 효과'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제품은 △기운 없고 살이 찌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다이어트가 힘든 사람에게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들 유산균 제품은 GLP-1을 체내 생성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늘리는 등 위고비처럼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식의 광고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제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구매자 박 모씨는 후기를 통해 "먹을 때 왕창 먹는 습관 때문에 살이 엄청 쪄서 잘 안 빠졌다"며 "이 제품을 먹은 지 4주째인데 서서히 빠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다른 구매자 정 모씨는 "한 알 먹고 한 시간 되니 식욕이 폭발해 치킨과 라면, 빵을 먹었다"며 "식욕이 땡기는 약인가"며 반문하기도 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되 소화 속도는 늦추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를 일컫는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둔다. 위고비는 GLP-1처럼 작용하는 유사체를 원료로 사용한 비만치료제다.

이들 제품의 GLP-1 생성 표현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일까. 의료계는 유산균과 GLP-1 간의 연관성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코메디닷컴과의 통화에서 "GLP-1을 생성하는 장 내 세균에 대해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며 "의료 학회나 유명 해외 저널에도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나올 연구를 예상할 순 없지만 실제 약(위고비)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근거가 없거나 GLP-1 생성 효과가 매우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해당 제품들의 과장 광고 가능성을 지적하며 구매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는 데 대해 큰 우려가 있다"며 "임상시험에 근거한 과학적 논문이 먼저 나오고 효능이 검증된 뒤에 판매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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