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치료기준 ‘이렇게’ 바꾸면... "15년간 4만명 간암 예방"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교수팀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 삼아야"
간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B형간염을 치료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팀은 간 수치가 정상 범위에 해당하고 간경화가 없는 국내 B형간염 환자에게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간 수준(혈액 1mL당 100만 단위·6 log10 IU/mL)일 때 간암 위험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만과 홍콩, 한국에서 동일한 조건의 만성 B형간염 환자 7429명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 10년 이상의 추적 기간 동안 간암 발생은 국내 환자군에서 435건이었으며 다국적 환자군에서는 467건으로 나타났다.
간암 발생 위험도는 두 환자군 모두에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6 log10 IU/mL) 정도일 때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간 수치가 정상이고 간경화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최대 8배까지 높아졌다.
이에 연구팀은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인 사람에게 미리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다면 앞으로 15년간 4만명 정도의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만성 B형간염의 치료 기준을 간염 바이러스 수치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만성 B형간염은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간암 발생을 절반가량 줄여주는 항바이러스제가 나와 있지만, 현재로서는 간 수치가 크게 상승했거나 간경화로 진행된 때에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국내에서 간수치 상승이나 간경화가 없는 B형간염 환자 6949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간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reREACH-B·Revised REACH-B)’도 개발했다. 이 모델에는 환자의 혈중 바이러스 수치 외에도 연령, 성별, 혈소판 수, 간수치, B형간염 항원 양성 여부 등 총 6개의 간암 발생 주요 지표가 포함됐다.
임영석 교수는 “간암은 국내 중년 암 사망률 1위로 매년 1만2000여명의 환자를 발생시킨다”며 “하지만 간암의 주원인인 B형간염의 치료 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간염 환자의 20%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연구팀은 현행 B형간염 치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지만,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자 간암 발생의 주요 지표를 반영해 예측 모델을 개발했으며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해 냈다”며 “향후 이 모델을 활용하면 개별 B형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그동안 근거가 부족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에게도 항바이러스제 치료 급여가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내과의사협회 공식 저널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피인용지수 19.6)≫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