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가 당신 간병할거야”... 퇴직 남편이 요양보호사 된 이유?

[김용의 헬스앤]

50~60대 부부에겐 간병, 연명의료 문제가 눈앞의 현실이다. 80세 중반을 넘은 양가 부모님이 투병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간병, 연명의료는 “곧 내 문제”라는 실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족 중에 치매나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간병이 문제다. 뇌졸중은 생명을 구해도 몸의 마비, 언어 장애, 시력 저하 등이 남을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마비 증세가 심하면 혼자서 대소변 가리기도 버겁다. 환자 연령대가 낮아져 최근에는 50~60대 뇌졸중도 늘고 있다. 아이들이 다 커서 겨우 한숨 돌릴 나이에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병이 찾아온 것이다. 60대 초입의 나이에 뇌졸중 환자를 둔 아내나 남편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선 요양시설 권하지만... 평생 살아온 남편, 아내를?

병세가 심하면 주변에선 요양시설을 권한다. 근력이 급격히 떨어진 60대에 치매, 뇌졸중 환자를 집에서 돌보기는 너무 힘들다. 마음대로 외출도 못한다. 환자의 짜증과 투정을 다 받아줘야 한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다. 요양시설은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주저한다. 지난 코로나19 유행 중 전체 사망자의 절반 정도가 나온 곳이 아닌가. 오죽하면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이 나왔을까? 지금도 집단 생활에 폐렴 등 감염병 위험이 높아 위생 상태가 떨어진 요양시설은 안심할 수 없다.

퇴직 남성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열풍... 취득자 30만명 넘었다.

직장에서 퇴직한 중년 남성들 가운데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열풍이 불고 있다. 정년이 없는 노후 소득원일 뿐만 아니라 가족 간병 등 다목적 용도가 있다. 남성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는 지난 7월 30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 약 17만명에서 70% 이상 늘었다. 퇴직 후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고 가족 간병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가족요양급여 제도를 활용하면 매달 9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면 부부 2인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요즘 남성 요양보호사가 인기다. 여성보다 체력과 근력이 뛰어나 거동이 힘든 환자들을 돌보는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화장실까지 옮겨서 목욕, 용변을 돕는 것은 너무 힘들다. 여성 간병인들은 체격이 큰 남성 환자들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간병비도 여성 환자에 비해 더 많이 받는다. 남성 요양보호사는 상대적으로 힘이 좋아 요양보호 관련 지식만 익히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학원의 남성 수강생도 늘고 있다. 교육을 마치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합격률은 90% 이상이다. 취업하면 국가가 전액 환급해주는 혜택도 있다.

가족이 온전히 감당하던 간병... 매달 낸 장기요양보험료는?

현직 직장인들은 매달 건강보험료와 함께 장기요양보험료를 낸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 미만의 노인성질환자들은 요양보호사에 의해 신체활동-가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노인 간병과 관련,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료에 요양보험료를 포함시킨 것이다. 과거 가족이 온전히 감당하던 노인 요양을 국가가 대신하는 법적 기초가 되었지만, 장기요양보험료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저소득층 기준 등 특정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치매, 뇌졸중 환자의 간병은 가족들의 희생 없이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와서 도와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평생 함께 했던 부모, 남편, 아내를 요양시설로 보내는 부담 없이 매일 얼굴을 볼 수 있다. 전문성을 지닌 요양보호사가 신체활동-가사를 지원해 가족은 부담이 적다. 나는 이 글에서 치매에 걸린 80대 아내를 집에서 돌보는 88세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모처럼 외출한 그는 “아내를 살펴야 한다”며 제자와의 식사를 마다하고 급하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치매, 뇌졸중 폭증 시대...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갈수록 늘면서 치매(혈관성), 뇌졸중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젊을 때 혈관을 보호하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사라진 60대 중반의 여성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찮다. 식습관의 변화로 기저질환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매일 걷고 일기 쓰기, 뜨개질을 하는 중년 여성도 있다. 몸과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두뇌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평생 함께 산 남편,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는 비극의 병이다.

퇴직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남편은 아내에게 “여보, 나는 당신을 요양시설에 안 보낼거야” 말한다. 아내가 아파도 요양시설에서 면회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내의 간병을 위해 모처럼 외출에도 마음 졸이는 88세의 남편의 이야기는 꾸며낸 것이 아니다. 지금 중년 부부들이 곧 닥칠 상황이다. 나는 남편, 아내를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간병 전문성을 지닌 요양보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나이 든 아내, 남편은 서로의 손만 잡고 대화를 나누는 그런 시스템이 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김용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