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들 수련병원에 파견하니, 보건소 의료진 '구멍'

보건지소 절반 공보의 없어...파견 현장 의료공백 완화 효과도 의문

정부가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해 시행한 공보의 수련병원 파견이 실효성도 거두지 못한채 지역의료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행된 공중보건의사의 대규모 수련병원 파견이 지역의료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와 의료계에서 나왔다. 공보의가 파견된 의료기관 현장에서도 의료공백을 보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서 이탈함에 따라, 정부는 3월 부터 공중보건의사를 수련병원(상급종합병원 등)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의료공백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역의료 공백 등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중보건의사 보건소 배치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138개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소 중 9곳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 1223개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지소 중 45.6%인 558곳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27.6%(1220개소 중 337개소)에서 18%p(221개소) 증가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보의 파견 연장을 위해 운영지침까지 바꾸는 등 지역의료 진료공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부는 파견기간을 1회 연장에서 추가로 더 연장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11일 ‘2024 공보의 운영지침’을 개정했는데,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 확인 결과 사전 협의나 안내도 없이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장기 파견도 실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차수별 최초 파견자 기준으로 1차 파견 공보의 138명 중 7연장 48명, 2차 파견 공보의 47명 중 6연장 14명, 2차 추가 파견 공보의 100명 중 6연장 32명으로 연장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 회장은 코메디닷컴과 통화에서 "당연히 공보의들과 협의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으며, 사전 통보 자체도 없었다"며 "결국 지역의료를 담보로 응급의료로 계속 사람을 보내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남인순 의원은 "중증·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대도시 의료기관에 공보의를 장기간 파견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행태로, 농어촌과 도서벽지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 주민들을 위한 진료공백을 심화시키고 있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련병원 파견된 공보의, 할 수 있는 업무 적어"

수련병원에 파견된 공보의가 실제 의료공백을 완화하는 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르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지난 5월 공보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파견 경험자 212명 중 51.2%인 108명이 ‘대체인력으로 파견 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해 전공의 사직에 따른 대체인력이라는 대형병원으로의 파견 취지가 무색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단순 업무의 반복’, ‘본인의 수준을 넘어선 술기 및 업무’, ‘파견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어려움’ 등을 들었다.

특히 중증·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 일반의 중심인 공보의와 군의관들이 대거 파견되면서 실효성을 잃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 따르면, 9월 25일 기준으로 파견된 공보의 104명 중 81명이 일반의였으며, 나머지는 소아청소년과 6명, 마취통증의학과 4명, 직업환경의학과 3명 등이었다. 응급의학과 전공자는 전무했다.

김예지 의원은 “중증·응급 의료기관의 인력 부족에 따른 신속한 위기 대응 방안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응급의료 현장에 배치된 공보의와 군의관 대부분이 응급의학과 전공자가 아니고 임상 경험이 적어, 긴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 회장은 "단순히 공보의가 일반의나 인턴이기 때문이 아니라, 응급실이라는 특수상황에서는 다른 과 전문의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른 과와 다르게 응급의학과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파견 상황에서는 융화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머릿수만 채우면 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8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파견기간이 지나는 공보의와 군의관을 응급의료에 핀셋 배치한다고 언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소아응급의학 세부 전문의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배후진료가 무너진 상황에서 인턴을 포함한 일반의가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파견 기간이 지난 공보의를 응급의료 쪽에 '핀셋' 배치하겠다는 것은 의사는 각 수련단계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조차 전혀 없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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