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설' 최동원이 남긴 명언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4년 09월 30일ㆍ1639번째 편지


1984년 오늘(9월 30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선 우리나라 프로야구사의 전설이 시작됐습니다. 그날 김시진, 김일융, 황규봉의 막강 투수진과 장효조, 이만수 등 최강 타선의 홈팀 삼성 라이온스가 롯데 자이언츠와의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4 대 0으로 완패했습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껄끄러운 OB 베어스를 피하기 위해 정규 시리즈 후반기에 일부러 지면서까지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낙점했습니다. 그것이 ‘비겁한 패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동원은 40년 전 오늘, 동갑 맞수 김시진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9회 동안 138투를 하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3차전에서도 완봉승을 거뒀습니다. 5차전에선 9회 3실점의 호투를 했지만 타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승리를 놓칩니다. 6차전 때 롯데 임호균이 4회까지 던지고 손가락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할 수 없자, 최동원이 5회에 나서 승리를 따냅니다. 그리고 7차전 때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3전승을 거둔 김일융과 맞붙어 승리, 한국 야구사에 전무후무할 기록을 남깁니다. 1, 3차전에 이어 5, 6, 7차전 연속 등판으로 우승을 이끌어냈다니···.

그로부터 27년 뒤인 2011년 오늘, 롯데는 최동원의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깁니다. 보름 전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하늘의 별이 된 스타를 기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최동원의 날’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마이클 잭슨, 마돈나, 프린스, 샤론 스톤 등과 동갑인 ‘58년 개띠’ 최동원은 지금으로선 도저히 이해 못할 피해를 거듭 당했습니다. 초중고 때 승리를 위한 혹사는 당연했습니다. 경남고 2학년 때 경북고, 선린상고를 상대로 연거푸 경기에 나서 17이닝 연속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우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고려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연세대 출신 고위직의 방해공작으로 연세대에 입학한 뒤에도 혹사는 당연했고, 구타로 허리를 다치기도 했습니다.

1981년 캐나다에서 열린 대륙간컵에서 최우수 투수상을 받고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5년 계약을 맺었지만 병역 문제 때문에 무산됐습니다.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겼지만 최동원은 이듬해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야 했으므로 프로 진출을 1년 유보해야 했습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만 뛰는 전제조건 탓에 메이저리그 행은 불발됐습니다. 최동원은 1988년 9월, 해태 타이거스 투수 김대현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선수 보호와 복지의 필요성을 깨닫고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결성을 주도했다가 구단주의 미움을 받아 삼성으로 강제 트레이드 당합니다.

그는 1990년 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했고, 정치권과 방송계 등에서 방황하다 한화 이글스 2군 투수 코치진으로 야구계에 복귀합니다. 이곳에서 ‘떡잎’ 류현진의 성장에 기여했고 류현진은 나중에 MLB에 진출, 최동원이 갈 뻔했던 토론토에서 미국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환화로 복귀했습니다.

최동원은 53세의 나이에 대장암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한화는 임원급 예우로 장례식을 지원했지만, 롯데는 모르쇠로 버티다 팬들의 매서운 항의를 받고 최동원의 등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고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 때 영구 결번식을 열었습니다.

최동원은 술, 담배도 즐기지 않았다던데 어떻게 대장암에 걸렸을까요? 결국 평생 쌓인 울분과 스트레스가 몸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당시 지금처럼 암 검진이 활성화됐다면 ‘영웅의 이른 죽음’은 피할 수가 있었을 텐데···. 최동원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한 목사 부부에게 속아 민간요법을 받고 생명을 단축한 것이 드러났는데, ‘제도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동원은 눈 감기 두 달 전 ‘스포츠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울릴 명언을 남깁니다. 자신이 곧 ‘별’이 될 운명을 알아서 일까요, 자신의 삶이 억울하기보다는 보람차고 자랑스럽다고 느껴서 일까요? 그의 목소리가 울립니다, 한국 야구사 최고 영웅의 날에!

“별은 하늘에만 떠 있는다고 별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길을 밝혀주고, 꿈이 돼줘야 그게 진짜 별이에요.”

1791년 오늘(9월 30일)은 오스트리아 빈의 비덴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초연된 날입니다.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독일의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의 절창으로 듣겠습니다. 데이비드 맥비카가 지휘하는 영국 로열오페라의 공연 실황입니다. ‘밤의 여왕의 아리아’ 하면 조수미를 떠올리는 분이 많겠지만, 담라우는 가창력에 연기력 또한 뛰어난 가수이지요? 어렸을 때 록가수를 꿈꿨던 담라우는 지금 활약하는 가수 중 최고의 벨칸토 소프라노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고, 지난해 내한공연에서 앵콜곡으로 ‘동심초’를 열창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지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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