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비·고급가구에 허위 배당금까지...제약사-의료인 뒷거래 '천태만상'

국세청,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업체 16곳 세무조사

국세청이 불법 리베이트를 벌인 의약품 업체 16곳을 세무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급 웨딩홀에서 진행된 결혼, 호화 신혼여행과 명품 예물까지. 수도권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한 병원장 부부의 결혼 절차는 화려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그들은 예식에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의약품 업체 A가 비용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예식비와 신혼여행비, 예물비 등으로 수천만원을 지급한 A업체는 그 대가로 의약품 처방을 약속 받았다. 비용은 모두 회사 경비로 회계처리 해 법인세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불법 리베이트를 벌인 의약품 업체 16곳과 건설업체, 보험중개업체 등 4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와 함께 불법 리베이트 탈세 사례를 공개했다. 리베이트는 판매한 상품·용역에 대한 대가 일부를 다시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행위로, 뇌물적 성격을 띤 거래를 의미한다.

특히 의약품에 있어서 리베이트는 ▲의약품 오남용 ▲국민 건강에 악영향 ▲의약품 유통체계·판매질서 저해 ▲의약품 가격 상승 ▲건강보험 재정 악화 및 국민에 부담 전가 등을 초래하는 등 사회 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법률에서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세무조사를 추진했다.

조사 결과 의약품 업체들은 처방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에게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결혼식, 호텔 비용 등의 비용을 의료인 대신 내주기도 했고, 고급 가전과 명품 가구 등의 물품을 의료인과 병·의원에 제공했다. 의약품 업체 직원이 마트 등에서 카드깡으로 현금을 마련한 후 의료인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의약품 업체들은 불법 리베이트를 위해 CSO(영업대행사)를 우회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 업체는 직원 가족 명의의 위장 CSO에 허위 용역비를 지급해 자금을 만들고, 이를 의료인에게 제공했다. CSO 대표가 고액 급여를 받아서 이를 유흥주점 접대 등에 사용하거나 의사들을 주주로 올려 배당금을 지급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렇게 리베이트로 지출한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이에 국세청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에 법인세를 부과할 뿐 아니라 받은 의료인에게 소득세를 과세했다. 추후 거래 중단을 염려해 자금 최종 목적지를 밝히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일부 의료인들을 특정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의약품 업체 영업담당자들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그들의 세금까지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 귀속자를 찾아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사회의 불합리한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