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표적약 '빌로이' 국내 상륙..."전이성 위암 치료 새 돌파구 될 것"
한국아스텔라스 국내 공급, 바이오마커 '클라우딘18.2' 최초 겨냥
전이성 위암을 겨냥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가 국내 상륙했다. 다국적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개발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는 세계 최초의 '클라우딘 18.2(Claudin 18.2)' 양성 위암 표적 치료제로 평가된다. 클라우딘 18.2는 전이성 위선암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에 새 바이오마커(생체지표)로 주목된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위암분과 위원장) 교수는 “국내 4기 위암 유병 환자가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첫 클라우딘 18.2 표적 치료제가 허가되면서 전이성 위암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23일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은 표적항암제 빌로이가 지난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빌로이는 전 세계 최초로 승인된 클라우딘 18.2 표적 치료제로, 위에서 발현 및 노출되는 단백질인 클라우딘 18.2와 결합해 작용하는 면역글로불린 단일클론항체다. 이번 국내 허가를 통해 클라우딘 18.2 양성이면서 HER2 음성의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인 환자에 1차 치료로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된다.
대표적 고형암인 위암은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5년 상대생존율이 점차 늘고 있지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치료의 경우 여전히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7-2021년) 진단된 국내 위암 환자 중 원격 전이 단계에서 5년 상대생존율은 6.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암이 다른 암종에 비해 조직학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고, 발병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표적 치료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클라우딘 18.2는 위점막세포의 암 발생 과정에서 노출되는 단백질로 림프절 전이 및 원격 전이 부위에서도 일부 발현된다. 전이성 위암 환자 중 약 90%가 HER2 음성이며, 이 중 약 40%에 달하는 환자가 클라우딘 18.2 양성 환자인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해당 바이오마커에 대한 동반진단법도 승인을 받고 임상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면역조직화학검사(IHC)를 통해 가능하며, HER2 및 기타 바이오마커 검사와도 동시에 시행할 수 있고 복잡한 계산식 없이도 발현율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임상적 유용성도 높은 편이다.
이번 빌로이 허가는 3상 시험인 'SPOTLIGHT 연구'와 'GLOW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먼저 SPOTLIGHT 연구는 56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빌로이+mFOLFOX6(옥살리플라틴, 류코보린, 플루오로우라실)와 위약(가짜약)+mFOLFOX6 병용요법을 비교했으며, GLOW 연구는 50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빌로이+CAPOX(카페시타빈과 옥살리플라틴)와 위약+CAPOX를 비교했다.
그 결과, SPOTLIGHT 연구에서 빌로이 투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10.61개월로 대조군 8.67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25% 낮췄다. 2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빌로이 투약군이 18.23개월, 위약군 15.54개월로 빌로이 투약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했다.
GLOW 연구 결과 역시 빌로이는 1, 2차 평가변수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빌로이와 CAPOX 병용군에서 PFS 중앙값은 8.21개월로 위약군 6.80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1% 낮춘 결과를 보였다. OS 중앙값 또한 빌로이 투약군이 14.39개월로 위약군 12.16개월에 비해 약 2개월 더 길었다.
이러한 효과는 아시아 환자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SPOTLIGHT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환자군에서 빌로이 투약군의 PFS 중앙값은 13.96개월로 비아시안 환자군 8.94개월보다 길었으며, OS도 23.33개월로 비아시안 16.13개월을 상회했다. GLOW 연구 결과에서도 PFS 중앙값이 8.44개월(비아시안 7.98개월), OS 15.47개월(비아시안 13.27개월)로 나타나 아시아 환자군에서 더 높은 효과를 확인했다.
라선영 교수는 “치료 옵션 확대의 의미와 더불어 생존율이 답보 상태에 놓인 전이성 위암 치료에 있어 기존 화학요법 대비 유의미한 mOS 개선으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25% 낮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희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항암제사업부 상무는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생존율이 현저히 낮아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큰 질환"이라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빌로이가 허가된 네 번째 국가로, 계속해서 국내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제를 신속히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서 보고된 빌로이의 가장 흔한 중증 이상반응은 구토 및 오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