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코끼리가 보여"...환각 시달리던 女, 의사는 술 지적했지만 결국 '이 암'

대학 입학 전 시작된 환각 경험...이후 두통도 심해지고 무기력, 의사들은 신입생 술 파티 지적, 결국 뇌종양 진단 받은 여성의 사연

기자 수습생인 24세 루시 영거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주 멍해지거나, 베이컨 냄새를 맡고, 데자뷔를 경험하는 등의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눈 앞에 분홍색 코끼리가 보이고, 베이컨 굽는 냄새가 나고, 갑자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고..., 실제로는 아닌데 이상 감각현상을 느낀 한 20대 여성이 의사들에게 증상을 무시 당하다 약사에 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런던 크리스털 팰리스 출신의 기자 수습생인 현재 24세 루시 영거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주 멍해지거나, 베이컨 냄새를 맡고, 데자뷔를 경험하는 등의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2018년 9월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과정을 시작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해당 증상을 인지했다.

대학에 입한 후 증상이 더 심해졌다. 데자뷔뿐만 아니라 핑크색 코끼리를 본다거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만 같은 시각적 환각도 경험했다. 처음에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 파티를 너무 많이 즐겨서 인가 생각했다. 술을 줄이고, 밖에 나가는 대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더 늘렸다.

그럼에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 베이컨 냄새가 심하게 나고 얼굴에 따끔거렸으며, 금속 맛을 느끼는 등 감각적 환각이 전보다 더 다양하게 나타났다. 두통이 머리를 전체를 찌르는 듯한 고통을 겪기 시작했을 때 루시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루시에게 "신입생이라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 같다. 적당히 마시고 불안해하지 말라"고만 했다.

루시는 집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수업 강의 중에는 멍해지기 일쑤였다. 다음 1년 동안 계속 일련의 증상을 겪으면서 진료도 여러차례 받았지만 우울증과 공황 발작으로 인한 항우울제 처방만 받아왔다.

루시는 "편두통이 너무 심해져서 몸의 오른쪽 전체가 마비됐다. 나는 '내가 정신병에 걸린 게 아니면 뇌종양일 거야'라고 생각했다. 분명 우울증이나 불안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루시는 자신의 증상을 구글에 검색하기 시작했고, 모든 증상이 뇌전증과 뇌종양과 일치했다. 자신이 알아본 내용을 의사들에게 이야기 해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지만, 뇌종양에 걸리기엔 나이가 너무 어리다며 루시의 말을 무시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어떤 의사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속되는 환각과 무기력함에 지친 루시는 의사가 아닌 지역 약사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이면서 자신의 상태를 호소했다. 이 약사가  아는 GP에게 서한을 보냈고 즉시 CT 스캔을 받도록 연결할 수 있었다. 마침내 의뢰를 받아 진행한 CT 스캔에서 루시는 양성 뇌종양을 진단 받았다.

루시는 4개월 후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고, 2021년에 대학으로 돌아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뇌전증과 단기 기억 상실을 앓고 있다.

루시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뇌종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싶다. 그는 "의사들의 오진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비교적 뇌종양을 일찍 발견한 편이다. 만약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내 증상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의사들의 말만 믿고 방치하고 있었다면 뇌종양은 커졌을 것이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뇌종양이란 두개골 내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말하며, 뇌와 뇌 주변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양을 포함한다. 뇌종양은 발생 부위에 따라 원발성 뇌종양과 전이성 뇌종양으로 구분된다.

대한뇌종양학회에 따르면 뇌종양은 인체에 발생하는 전체 종양 중 세 번째로 많은 약 10%를 차지하며 소아에서는 20%~40%에 이른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10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며국내에서는 매년 2500~4500명이 발생, 현재 뇌종양 환자는 약 2만 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1만2000명 이상이 원발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이 중 약 절반이 암성 악성이며, 5300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보고된다. 영국 뇌종양 자선단체에 따르면 뇌종양은 40세 미만일 때 가장 치명적인 암으로, 평균 수명을 27년 단축시킨다. 진단 후 5년 동안 생존하는 성인은 12%에 불과하다.

비암성 양성 종양은 더 천천히 성장하고 치료 후 재발할 가능성이 적은 반면 암성 악성 뇌종양은 뇌에서 시작되거나 신체의 다른 곳에서 퍼질 수 있으며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NHS에 따르면 뇌종양은 두통, 발작, 구역, 구토 및 기억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성격 약화 또는 문제의 한쪽 마비, 언어 또는 시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9가지 증상으로는 △두통 △발작 △어딘가 아픈 느낌 △통증 △기억력 문제 △성격 변화 △몸의 한쪽이 쇠약해지거나 마비됨 △시력 문제 △언어 문제 등이 있다.

뇌종양과 관련해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도 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없는데 갑자기 균형을 잃거나 걷는데 어려움을 겪고 일상적인 것을 기억하거나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면 이 역시도 가능성이 있다. 평소와 달리 공격적이거나 둔해지는 등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도 뇌종양의 흔하지 않은 증상으로 꼽힌다.  만약 평소와 다른 심한 두통과 위 증상 중 한두가지가 한꺼번에 느껴진다면 바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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