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女 뇌 구조 바뀐다?"...'이 부분' 특히 활성화된다

부피 줄면서 타인의 감정과 관점을 인식하는 영역 집중 활성화돼

여성이 임신을 하면 뇌 구조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임신을 하면 뇌 구조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임신 전후 여성의 뇌를 스캔한 종전 연구들에 따르면 특정 뇌 네트워크, 특히 사회적 및 정서적 처리와 관련된 뇌 네트워크가 임신 중에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를 준비하기 위해 미세 조정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임신 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의 급증과 일치하며 일부는 출산 후 최소 2년 동안 지속된다고 보고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캠퍼스(UCSB) 신경과학 에밀리 제이콥스 교수팀은  임신 기간 동안 자기공명영상(MRI)를 통해 뇌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번연구에서는 뇌의 백질섬유가 뇌세포 간 신호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 등 세부 사항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러한 변화는 아기를 출산 한 후 사라진다.

연구 대상으로 참여한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 엘리자베스 크라스틸 교수는 2019년 38세의 나이에 체외수정으로 임신한 뒤 뇌의 변화과정 추적에 참여했다. 그는 임신 3주 전부터 시작된 임신 전 4회, 임신 중 15회, 2020년 아들이 태어난 뒤 2년 동안 7회 등 총 26회의 뇌 MRI 촬영에 참여했다.

그는 임신 중에는 뇌의 변화와 관련된 어떤 신체적 증상이나 영향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뇌 촬영에선 큰 차이가 발생했다. 임신 9주차까지 분석된 뇌 영역 400개 중 80%에서 임신 기간 동안 지속되는 회백질 양과 피질 두께의 감소가 나타났다. 평균 4%씩 영역이 감소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관점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에서 변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DMN은 뇌가 쉬고 있을 때도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뇌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논문의 주저자인 제이콥스 교수는 임신 중 뇌의 축소는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뇌가 더 전문화될 수 있도록 하는 가지치기의 반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춘기와 유아기에도 비슷한 과정이 발생하며 일부 신경학적 장애는 부적절한 가지치기로 인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부피 감소는 대부분 산후 2년 후에도 지속됐다. 이는 임신 호르몬이 “뇌에 영구적인 부식 작업”을 촉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백질 변화는 지속되지 않았다. 불분명한 이유로 크라스틸 교수는 임신 6개월까지 섬유 다발이 개선된 포장도로처럼 돼 “일이 더 원활하게 진행되고 정보가 더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산과 함께 초기 백질 상태는 다시 회복됐다.

연구진은 비교군으로 남성 2명을 포함하여 임신하지 않은 8명의 뇌 영상을 평가했다. 그들의 뇌에는 그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임신한 여성의 뇌 스캔에서는 크라스틸 교수와 같은 뇌 변화 패턴이 되풀이됐다.

논문을 검토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병원의 엘셀린 후크제마 교수는 이 패턴이 매우 독특해서 “뇌의 변화만을 바탕으로 컴퓨터가 분석할 경우 여성의 임신 여부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임신 중 뇌의 변화는 어머니의 뇌와 신체가 유아에게 반응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모체-태아 유대감, 둥지 행동 및 여성의 심박수가 유아를 볼 때 반응하는 방식”과 같은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을 검토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인간발달연구소의 로버트 달 소장은 “임신 관련 호르몬이 개인적 적응력을 배우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유아에게 반응하는 데 있어 더 큰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민감하게 만드는 신경학적 ‘학습의 창’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임신 중에 사회적,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뇌가 해당 정보를 우선하도록 조정되기 때문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육아에 미치는 영향은 의심할 여지없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예를 들어 양부모, 아버지 및 기타 사람들도 “임신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더라도 자녀를 돌보는 데 필요한 모든 양육 행동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제이콥스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임신의 뇌 변화를 연구하면 산후 우울증, 임신중독증(자간전증)의 신경학적 영향과 같은 상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라스틸 교수는 “우리는 이제 막 이해의 표면을 긁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4-0174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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