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 3600개 넘는 화학물질 침투... "79종은 생식기 위협한다"

79종은 암, 돌연변이, 내분비 및 생식 문제 일으키는 유독 물질

저장 이나 포장 등의 과정에서 식품이 3600종의 화학물질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식품의 저장, 처리, 포장 과정에서 36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식품에 침투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중 79종은 암, 유전자 돌연변이, 내분비 및 생식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 화학 물질이다. 16일(현지시간) 《노출 과학 및 환경 역학(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발표된 스위스 미국 영국 체코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의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논문을 검토한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의 마틴 와그너 교수(생물학)는 “이 연구는 식품 포장 및 가공 재료에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인체 노출을 체계적으로 연결한 최초의 연구”라면서 “식품 접촉 물질이 인체에 중요한 화학물질의 공급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식품 포장재가 정부 규정을 준수한다 해도 이러한 화학물질이 완전히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책임자인 식품포장포럼(FPF)의 이사 겸 최고 과학 책임자인 제인 먼케 박사는 지적했다. FPF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비영리 민간단체다. 그는 “우리는 식품 포장이나 기타 식품 접촉 재료에 사용된 양과 화장품, 퍼스널 케어 제품, 섬유 등에 사용된 양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며 “해당 기업들이 음식이나 플라스틱 물병에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을 얼마나 많이 넣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식품과 인체 모두에서 검출된 화학물질 중 하나는 비스페놀A(BPA)다. 10여 년 전 부모들이 해당 제품을 불매하기 전까지 젖병, 젖꼭지 컵, 유아용 분유 용기에 사용된 화학물질이다. BPA는 태아 이상, 저체중아, 영유아의 뇌 및 행동 장애와 관련이 있으며 당뇨병, 심장병, 발기 부전, 암 및 성인의 조기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PFAS)도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은 미국인의 약 98%의 혈액에 존재한다.

연구진이 인체에서 발견한 또 다른 화학 물질은 프탈레이트다. 이는 남자 아기의 생식기 기형과고환 미하강, 성인 남성의 정자 수 및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와 관련이 있다. 프탈레이트가 아동 비만, 천식, 심혈관 문제, 암 및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포장 과정에서 식품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진 1만4000개의 화학 물질을 화학 독소에 대한 인간의 노출을 모니터링한 국제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다. 또 사람에게서 발견된 것과 식품 가공 과정에서 식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 물질을 비교하기 위해 사람의 혈액, 소변, 모유 및 조직 샘플에서 화학 물질을 추적하는 국가 및 지역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미국의 환경보호단체인 환경워킹그룹(EWG)의 정부 업무 담당 멜라니 베네쉬 부사장은 “체내에 화학 물질이 있다고 해서 그 화학 물질이 항상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어떤 화학 물질도 가지고 태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음식을 가공하는 데 이러한 화학물질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것”이라며 “우리 몸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있다면, 우리는 가능한 모든 노출 경로를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높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11월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미식품 제조업체에 대한 법적 권한이 없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식품 안전 모니터링 한계를 자세히 설명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FDA 인간식품 담당 짐 존스 부국장은 지난주 미국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의 보건 소위원회에서 FDA가 식품 화학 물질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품 화학물질 안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하면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검토가 필요한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 정보 및 소비자 노출 데이터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면 더 빠르고 강력한 안전성 평가 및 재평가를 수행하고 필요한 규제 조치를 적시에 취하튼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DA는 9월 25일에 식품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청회를 처음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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