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늦게 하는데, 난소‘수명’ 좀 늘릴 수 없나?”

장수·만혼 시대에 희망의 불빛…나이든 생쥐의 난소기능 연장하는 새로운 치료법 발견

고령임신에 대비해 난자를 동결했다가 훗날 임신에 성공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난자와 여성호르몬을 생산하는 난소의 환경 자체를 개선하면 이와 관련된 임신 및 출산, 골다공증 등 호르몬 문제를 거의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난소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연구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결혼 연령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의 만혼 사례가 늘면서, 난소 기능이 좀 더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난소는 난자를 배란하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을 주로 생산한다. 여성의 생리와 임신, 골밀도, 기분 등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공장에 해당한다.

난소의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고 개선해 난소의 노화에 따른 각종 변화와 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나이든 생쥐에 대한 약물 치료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연구팀은 노화에 따라 난소가 지나치게 많은 염증과 함께 섬유화되고 딱딱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다른 조직의 '흉터'와 비슷하다. 노화된 난소는 암세포의 증식에 적합하다. 암세포는 콜라겐이 풍부하고 딱딱한 환경을 좋아한다. 또한 딱딱한 난소는 난자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는 30~40대 여성의 생식력이 낮아지는 원인이 된다.

이번에 연구팀은 '난소 흉터'를 줄이기 위해 나이든 암컷 생쥐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피르페니돈)로 치료했다. 그 결과 나이든 암컷 생쥐의 난포 수가 늘어나고, 배란이 개선되고, 여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프란체스카 던컨 부교수(생식과학)는 “폐경의 평균 연령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일정하게 유지됐지만, 건강의학의 발전으로 여성이 폐경을 지나 수십 년 더 오래 산다. 난소의 건강수명을 더 많이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단파(Shear wave, S파) 탄성검사를 이용해 난소의 섬유화 조직을 감지하고 측정해 난소의 딱딱한 정도(강직도)를 평가했다. 전단파는 진동이 시작되는 곳에서 파동의 진행 방향과 90도 각도를 이루며 나아가는 파동을 말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난소의 호르몬 공장은 나이가 들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고, 폐경기(평균 51세)가 되면 공장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약물 치료로 이 공장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새로운 방법을 이번에 발견했다. 건강수명은 심각한 병이나 만성병을 앓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을 말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난자 동결 등 노화와 관련된 생식력 감소의 해결책은 임시방편에 그친다. 나이든 여성에게 배아를 이식하는 데는 위험이 뒤따른다. 최근 미국 뉴욕대 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38세 이전에 난자를 동결시킨 뒤, 훗날 해동한 난자(20개 이상)로 임신을 시도한 여성의 70%가 아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난자 동결의 최적 연령은 35세 이하다. 40세 여성이 난자를 이용해 체외수정(IVF)을 시도할 때 임신할 확률은 30% 미만, 출산할 확률은 2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44세 여성이 출산에 성공한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팀은 난자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목적이 가임 기간을 늘리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난소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여성이 생애 후반에도 중요한 호르몬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낮아지면 뼈 손실이 점점 더 빨라져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부쩍 높아진다. 또한 이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심혈관병 위험이 높아지고, 질의 벽이 얇아져 성관계 때 불편함을 호소하고, 각종 비뇨기병에 걸릴 수 있고, 인지기능이 낮아지고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던컨 부교수는 “난소 환경을 개선하면 생식력과 호르몬 생산에 관여하는 난포와 난자가 생긴다. 이를 통해 난소와 관련된 임신 및 출산, 여성호르몬 부족 등 각종 문제를 거의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난소 섬유증에 대한 최적의 약물 표적을 식별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별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던컨 부교수는 “이번 연구에 쓴 약물은 간 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을 빚을 수 있지만, 생쥐에선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난소 섬유화를 조절하고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개념 증명을 이번에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구 결과는 난소암 치료법의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Systemic low‐dose anti‐fibrotic treatment attenuates ovarian aging in the mouse)는 국제학술지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에 실렸다. 이 저널은 미국노화학회 공식 학술지이며, 제로사이언스는 노화 현상과 각종 노인병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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