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대란’…25년 내 3900만명 숨진다?

항생제 남용이 불러온 재앙...국제연구팀, ‘첫 글로벌 분석’ 예측 결과

걸핏하면 항생제를 복용하는 바람에 '항생제 내성 대란'을 맞게 됐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가운데, 항생제 때문에 생명에 큰 위협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남용으로 약발이 먹히지 않아 목숨까지 위협받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코앞에 닥쳤다. 전 세계적으로 3900만명 이상이 2025~2050년 항생제 내성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숨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 등 국제연구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항생제 내성(AMR)이 세계 204개 국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0~2021년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5세 미만 어린이의 AMR 사망률은 약 50% 낮아진 반면, 70세 이상 고령자의 AMR 사망률은 80% 이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앞으로 수십년 동안 AMR로 인한 노인 등 사망자가 꾸준히 늘어나며, 2050년에는 2022년에 비해 AMR 사망률이 약 70%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2025~2050년 ‘AMR 세균(박테리아)’으로 인한 총 사망자(직간접적인 원인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간 약 471만 명에서 약 822만 명으로 약 7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워싱턴대 모흐센 나그하비 박사(건강측정연구소 AMR연구팀장)는 “2025~2050년 항생제 내성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약 3900만 명, 간접적인 원인으로 약 1억6900만 명이 각각 사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의료 서비스 개선, 질병 예방 및 통제 확대(백신 접종,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 최소화), 항생제에 대한 접근성의 개선(새로운 항생제 개발)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하면 2025~2050년 모두 약 920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그하비 박사는 “이 ‘글로벌 항생제 내성 연구(GRAM) 프로젝트’ 결과는 시간 경과에 따른 항생제 내성(AMR)의 추세를 전 세계적으로 처음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는 현대 의료의 초석 중 하나에 해당한다. 하지만 항생제를 써도 더 이상 약효를 볼 수 없는 ‘항생제 내성’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2022년 발표된 첫 번째 GRAM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 AMR 관련 사망자(2019년)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및 에이즈(AIDS),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항생제 내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약 120만 명, 간접적인 원인으로 약 495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04개 국가, 지역의 모든 연령대 사람을 대상으로 22개 병원체, 84개 병원체-약물 조합, 11개 감염성 증후군(수막염, 혈류감염 등)을 분석했다. 추정치는 병원 데이터, 사망 기록, 항생제 사용 데이터 등 다양한 출처의 개인 기록 5억2000만 건에 바탕을 뒀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케빈 이쿠타 부교수(감염병학)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 추세로 AMR이 노년층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심각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세균)에는 그람 음성균,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등이 포함된다. 항생제 내성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역으로는 남아시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일부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이 연구 결과(Global burden of bacterial antimicrobial resistance 1990–2021: a systematic analysis with forecasts to 2050)는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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