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4종 합친 알약, 따로 먹는 것보다 더 낫다?”
‘4제 복합제’ 복용 그룹, ‘단일제’ 복용 그룹에 비해…혈압 낮추는 효과 훨씬 더 높아
네 가지 성분을 담은 고혈압 복합제 ‘한 알’을 먹는 것이 각기 다른 성분의 고혈압 단일제 ‘세 알’을 먹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성분의 약을 한 알에 담으면 약효가 더 좋고 약값도 더 싸지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사대 연구팀은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 고혈압 복합제 한 알을 복용하는 것이 고혈압 단일제 세 알을 따로 따로 복용하는 것보다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됐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스테파노 타데이 교수는 “고혈압 환자에게 처방해야 하는 성분약이 늘어날수록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져 약을 잘 챙겨먹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혈압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복합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뇨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억제제, 칼슘 채널 차단제 등 세 가지 혈압약을 먹고 있는 환자가 약물 내성 탓에 네 번째 혈압약을 추가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네 알의 약보다는 한 알의 약을 먹게 하는 게 더 낫다. 환자가 약을 잘 챙겨 먹게 하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4제 복합제(QUADRO)’ 임상시험(8주)에서 네 가지 성분의 혈압약(혈압강하제)을 한 알로 묶은 비소프롤롤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한 알의 ‘4제 복합제’가 세 알의 ‘단일제’를 각기 복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총 13개국 49개 센터에서 고혈압 환자 183명을 무작위로 배정했다. 평균 나이는 57세였고 여성이 47%였다. 임상시험 시작 때의 평균 혈압은 150.3mmHg(수축기혈압), 90.0mmHg(이완기혈압)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제 복합제’를 복용한 환자는 8주 후 수축기혈압이 평균 20.67mmHg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세 알의 ‘단일제’를 각기 복용한 환자는 수축기혈압이 평균 11.32mmHg 낮아지는 데 그쳤다. 먹는 약이 복합제냐 단일제냐에 따라 수축기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평균 9.32mmHg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또한 혈압 조절 목표(140/90mmHg 미만)를 달성한 비율도 ‘4제 복합제’ 복용 그룹이 66.3%, ‘단일제’ 복용 그룹이 42.7%로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 사이에 이상반응은 별 차이가 없었고, 심각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타데이 교수는 “앞으로 ‘4제 복합제’가 출시되면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고, 내성으로 약이 잘 듣지 않거나 치료가 힘든 사람의 혈압을 더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