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감 크면 왜 평소 실력 발휘 안 될까?
보상이 너무 크면 움직임 제어하는 뇌 영역의 기능 저하 발생
심한 압박감을 받게 되면 가장 중요한 순간 평소보다 실력이 위축돼 성과가 저조해지는 질식 상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움직임을 준비하는 뇌의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신경학(Neuron)》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책임자 중 한 명인 카네기멜론대의 스티븐 체이스 교수(신경과학)는 “이러한 현상은 모든 종류의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스포츠 외의 분야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압박감에 질식하는 것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테니스 선수가 경기에서 위닝 샷을 놓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원숭이도 보상이 큰 상황에서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가 목표물 위로 커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면 보상을 받는 컴퓨터 과제를 설정했다. 각 실험에서는 원숭이에게 보상 수준이 소, 중, 대 그리고 ‘대박’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대박 보상은 드물고 비정상적으로 커서 ‘고위험, 고수익 상황’이 조성되도록 했다.
연구진은 전극으로 덮인 작은 칩을 원숭이의 뇌에 이식하여 보상 시나리오에 따라 신경세포 활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했다. 이 칩은 움직임을 제어하는 전두엽의 영역인 운동 피질에 위치했다.
연구진은 대박 시나리오에서 운동 준비와 관련된 신경세포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운동 준비는 움직임을 완료하기 위한 두뇌의 계산 방식이다. 이는 화살을 쏘기 전에 목표물에 화살을 조준하는 것과 유사하다. 운동 준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원숭이 두뇌가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며 따라서 기능도 저하된다는 뜻이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의 비타 모가담 교수(행동신경학)은 이 연구 결과가 “보상-결과 매개 행동이 어떻게 선형적이지 않은 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보상이 커진다고 해서 더 나은 성과를 내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여러 영역이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대박 보상 상황에서 다른 뇌 영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위험이 높은 시나리오에서 운동 준비성이 감소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보상과 신경 준비의 동기가 원숭이의 수행 능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보상의 크기가 커질수록 신경활동이 최고의 준비 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보상 수준이 너무 커지면 오히려 준비 상태가 움츠러들면서 뇌의 수행능력이 최적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신경 편향 가설(neural-bias hypothesis)’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압박감에 의한 질식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두뇌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성과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같은 추가적 연구도 구상하다고 있다고 체이스 교수는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neuron/abstract/S0896-6273(24)00608-1?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896627324006081%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