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혈액 확보, 국내 환자들 책임질 인공 혈소판 만들죠”
[헬스케어 기업탐방 9] 듀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유행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양질의 혈액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국산 인공 혈액 기술은 미래 국가 전략 자산이 될 것입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 혈소판을 개발하는 듀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 혈액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바이오 기업이다. 응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나 혈소판 감소증을 겪는 환자에게 인공 혈소판을 제공해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2021년 듀셀을 설립한 이민우 대표는 GC녹십자와 한독 등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전문가다. 이 대표는 특히 혈액제제를 앞세워 성장한 GC녹십자에서의 경험을 통해 인공 혈액 분야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동료 연구원들은 점점 혈액이 부족하고 단가가 오르는데 대한 부담감을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혈액 단가가 오르는 것에 맞춰 약가를 계속 인상할 수는 없으니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었죠. 제약 기술력과는 무관하게 약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공 혈액 기술의 확장성을 처음 떠올린 순간입니다.”
그렇게 출발한 듀셀에는 현재 석박사급 연구원 15명을 포함해 20명이 뛰고 있다.
듀셀의 두 가지 키워드, ‘최초’와 ‘유일’
듀셀의 핵심 기술은 줄기세포에서 인공 혈소판을 이끌어내는 ‘en-aPLT’ 플랫폼이다. 줄기세포는 몸에 필요한 다양한 세포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듀셀은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조혈모세포(혈구를 만들어내는 세포)로 분화시킨 후 이를 다시 거핵세포(혈소판을 만들어내는 세포)로 분화시킨다. 이 거핵세포가 배양 과정을 거치면 인공 혈소판이 되는 것이다.
듀셀은 인공 혈액 분야에 처음으로 뛰어든 기업이기도 하지만, 인공 혈소판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아트블러드, 입셀, 레드진 등 국내 여러 기업이 인공 적혈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공 혈소판 생산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것은 듀셀 밖에 없다.
이 대표는 혈소판이라는 세부 분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상용화 가능성과 의료 현장에서의 필요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창업 당시 정말 많은 의료진에게 자문을 구했죠. 공통적으로 들은 의견은 혈소판의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20여일간 보관할 수 있는 적혈구에 비해 혈소판은 평균 5일, 길어야 10일 내외까지만 보관할 수 있어요. 지혈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소판이 부족하지만 않으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도 기술이전 없을 것…국내 기술 확보 위해 끝까지 간다”
듀셀은 현재 응급수혈 환자를 위한 인공 혈소판 ‘DCB-101’의 시장 진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2026년 하반기 중 임상시험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치료용 파이프라인도 있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혈소판 감소증을 치료할 수 있는 ‘DCB-102’와 혈소판 내 조직 재생 인자를 활용한 재활 의약 후보물질 ‘DCB-103’은 2027년 상반기 임상 진입이 목표다.
듀셀은 또한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를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혈소판 용해물 내의 성장 인자가 주변 세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파이프라인이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이 세포 치료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저희 회사의 혈소판 용해물이 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배지 첨가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개발에 들어간 상태”라며 “현재 바이오 소재 사업과 관련해 사투리우스 코리아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상태로, 실제 매출 발생을 견인할 수 있는 부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나 중도 기술 이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국가 보건 복지 차원에서 우리 국민에게 먼저 공급하는 것이 먼저"라는 신념에서다.
“듀셀의 가장 큰 목표는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이 우리 혈소판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글로벌 진출도 마찬가지인데, 혈소판은 최대 보관기간이 10일 안팎이어서 직접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따라서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한 특허를 바탕으로 해외 거점 도시에 생산기지를 만들고, 현지에 직접 조달하는 형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