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채소 '쓴맛' 즐기면...비만·당뇨 위험 낮아진다" 왜?
쓴맛 내는 ‘폴리페놀’성분,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씨앗류에 듬뿍…당뇨비만약처럼 부작용 없어
채소 과일 등 식물성 식품에서 쓴맛을 내는 성분 ‘폴리페놀’이 비만과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시바우라공대 연구팀은 폴리페놀이 위장관의 제2형미각수용체(T2R)를 활성화해 제2형당뇨병과 비만에 걸릴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바우라공대는 도쿄4공대 중 하나다.
폴리페놀은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씨앗류 등 식물성 식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항산화제다. 폴리페놀은 쓴맛을 내며, 제2형미각수용체(TR2)로 알려진 혀의 ‘쓴맛 수용체’와 상호 작용한다. 이 수용체는 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위장 시스템을 이루는 수용체 등 다른 신체기관에서도 발견된다. 8000종 이상이 있는 폴리페놀은 환경오염, 흡연, 부상, 가공식품 섭취 등 외부의 해로운 요인으로부터 인체 세포의 노화와 손상을 막아준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나오미 오사카베 교수(생명과학 및 공학)는 “쓴맛 수용체가 소화관에서 소화 호르몬(인크레틴)을 분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뉴스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다.
연구팀은 폴리페놀의 쓴맛과 포도당 내성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폴리페놀로 인한 위장관의 T2R 활성화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등 식욕과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의 분비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폴리페놀에 의해 촉발된 호르몬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폴리페놀은 제2형당뇨병과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골다공증, 알츠하이머병, 대장암 등 특정 암의 위험을 낮춰준다. 오사카베 교수는 “폴리페놀은 흡수율이 낮지만 내당능(포도당 대사 능력)을 개선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유익한 효과의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폴리페놀 섭취와 제2형 당뇨병 위험 사이의 관계를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쓰이고 있는 GLP-1 약물에는 부작용이 많고, 일반인이 예방적으로 쓸 수 있는 약물도 없다. 연구팀은 “폴리페놀은 현재의 GLP-1 표적 약물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약물보다 더 안전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폴리페놀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섬유질 섭취량이 많고, 색과 종류가 풍부한 각종 과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혈당 조절, 체중 관리, 식사 후 포만감, 배변 규칙성 등 측면에서 훨씬 더 낫다. 식단에서 폴리페놀 섭취를 늘리려면 모든 채소와 사과 콩 홍차 블루베리 체리 코코아 다크초콜릿 엘더베리 허브 견과류 씨앗 등을 먹으면 된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에 650mg의 폴리페놀을 섭취하면 효과가 있다. 블루베리 반 컵에는 535mg이 들어 있다. 이런 식품에는 대부분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하루에 최소 35~40g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에 과일, 채소, 콩류, 씨앗, 통곡물 등 3~4가지 식물성 식품을 신선 냉동 식품이나 통조림 등 형태로 섭취하는 게 좋다.